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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하는 기생이 되어라!
피안   Hit : 116 , Vote : 13        [2020/08/11]


사상하는 기생이 되어라!
[몸 파는 창녀들에게 드리는 찬미 讚美]


나의 글을, 또는 책을 읽은 독자들은 가끔 이렇게 물어올 때가 있다. 당신이 종종 창녀에 대한 글을 쓰는 원인이 궁금하다고 한다. 왜 창녀에 대하여 그렇게 집착하느냐고 묻는다. 그럴 때면 나는 그 ‘執着’(집착)이 아니라 ‘禮讚’(예찬)이라고 변명한다. 때로는 아주 한술 더 떠서 찬미한다고 당당하게 고백한다.

이것은 일종의 결기가 아니다.
그렇다고 지난 세월동안 나의 인생의 파편(破片)들속에서 창녀가 차지해왔던 큰 비중의 이야기를 함부로 들려줄 수는 없다. 대신 나는 창녀들같이 힘 없는, 즉 이 사회의 가장 최하층에서 오로지 가지고 있는 몸 하나만 내놓고 살아가는 창녀들이 어떻게 감동적인 비장한 일을 해낼 수 있을까고 반문하는 남자 친구들한테, 아니 인류의 남자들한테 우리 조선의 기생 논개의 이야기를 들려주곤 한다.

당신은 혹시 왜장을 껴안고 남강물에 뛰어들었던 논개나, 또 아니면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면서 거리로 쏟아져나왔던 기미년의 그 사상(思想) 기생들에 대하여 알고 있냐고 되받아넘긴다. 남자들아, 총칼을 꼬나들었던 일제의 헌병과 경찰들 앞에서 과연 그녀들에게 무슨 힘이 있었던가고 묻기도 한다.  

그런데 가만히 되돌이켜보면 사상(思想)하는 기생들은 모두 힘이 셌다.그 시절 권번(券番)에 소속되어 있었던 몸 파는 여자들은, 아니 우리 역사속의 조선의 기생들은 모두 기생양성소같은 전문 기생학교들에서 엄청나게 많이 배웠던 여자들이었다.다양한 예술적 기능과 학식을 갖추었었고 나아가 기생조합을 통해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활동했던 것이다. 그 조직과 체계라는 활동은 그녀들로 하여금 책을 읽게 만들었고, 책을 읽으면 그건 창녀건 아니건, 자연스럽게 사상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난 또 하많은 시인들가운데서도 유달리 변영로(卞榮魯)를 기억하고 있다. 변영로가 1922년에 ‟신생활”(新生活)에다가 발표하였던 시  ‟논개”의 그 한 구절 때문이기도 하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 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다시 논개로 돌아가, 세상에 너무나 잘 알려진 이야기 아니던가. 요즘의 젊은이들은 혹여 서울의 미아리고개를 알고 집장촌은 들어봤어도, 만약 논개의 이름을 대면 어리둥절해질지 모르겠다. 과연 오늘의 한국 경남 진주성을 흐르는 남강기슭에서, 지금으부터 수백년 전이었던 임진왜란(壬辰倭亂) 당시 최대 격전 중 하나인 진주성 광경을 눈 앞에 떠올려낼 수 있으런지 모르겠다.

그 진주성 전투직후 이 성은 바로 왜군에게 함락된다. 그리고 남강 옆 절벽에서 왜군들은 거나한 잔치판을 벌였다. 술에 취한 한 왜장이 아리따운 조선 여인 논개한테 “춤을 추자”며 추근댄다. 논개라는, 변영로의 시 속의 그 ‘양귀비 꽃 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의 조선기생은 이 기회를 이용해 왜장의 몸을 끌어안고 함께 남강에 뛰어들지 않았던가. 진주성 전투 때 장렬히 전사한 조선 장수들의 넋을 기리려는 한 기생의 처절한 몸부림이 아니었을 수가 없다.  

그리고 수백년이 흘러 1919년, 당시의 조선 국 내 일본 경찰 치안책임자 지바료가 총독부에 보고한 내용속에는 이런 한 토막이 들어있다.  

“우리가 처음 부임하였을 때 경성 화류계는 술이나 마시고 춤이나 추고 놀아나는 그런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8백 명의 기생은 화류계 여자라기보다는 독립투사라는 것이 옳을 듯했다. 기생들의 빨간 입술에서는 불꽃이 튀기고, 놀러 오는 조선 청년들의 가슴속에 독립사상을 불 지르고 있었다. ”

이 얼마나 멋진 기생들인가!
만약 누구라도 이런 기생들을 경험했다면 정말 노래하지 않고는 배겨나지 못하였을 것이런만, 아쉽게도 내가 예찬하고 있는 창녀들은 그런 멋진 기생들이 아니다. 그냥 이름 그대로 돈 때문에 몸만 팔고 있는 창녀들일 뿐이다. 그래서 내가 찾고 있는 창녀들의  진가(眞價, 진짜 가격이란 뜻)의 특질은 오로지 몸을 파는 세계에서 그 몸을 부둥켜 안고 있는 남자들이 얼마나 미쳐버리는가에 따라서 발휘되는 것이라고 인정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창녀들에 대한 ‘예찬’과 ‘찬미’를 고집한다. 그 ‘얼마나 미쳐버리는가에 따른’ 남자들의 거칠은 몸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줄 줄 알며,힘겨운 삶을 살아가느라 거칠어지도록 쪼들아든 요즘 시대의 한국 남자들의 자존심을 세워줄 줄 알며, 그런 남자들을 향하여 존경하고 감탄하며, 아양을 떨 줄 알고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신음이라는 신비로운 음악으로 모조리 대체하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이를 어찌하면 좋단말인가.
여기서 굳이 프로이드의 정신분석 이론까지 들고나올 일은 아니지만, 모든 풀 죽고 진빠진 남자들의 자존심이 그 신음을 통하여 되살아나고 있음을, 당신은 고자가 아닌 이상 결코 승인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을 줄 안다. 왜 아니 그렇겠는가, 혼자서 힘 든 노동으로 아내와 아이들을 먹여살리고 있었던 어떤 나그네의 세상에 대한 절망이 희망으로 바뀌게 되기도 하였던 것을 나는 한 두 번만 보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창녀에 맛을 들인 남자들은 이 팍팍한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작동될 뿐만 아니라 이 세상을 살아가는 자신의 인생에 대하여 감동하고 감탄도 하게 된다. 그리하여 창녀의 그 신음이 점점 고조를 더해갈 때에, 그것이 가짜인 줄을 빤히 알면서도 그 창녀를 부둥켜 안은 남자들에게서도 어디서도 함부로 터뜨릴 수가 없었던 욕구를 소리치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렇게나 창녀들에게는 내지르는 신음소리만큼이나 호쾌(豪快)한 멋도 있다.
남자들아, 한번쯤 이렇게 지껄여보라.
“나 혹시 마음대로 해봐도 돼?”하고 창녀의 귀가에 대고 당신은 물어본다. “뭘 하려는건데요?”하고 되물어오지만 창녀는 벌써 당신의 뱃속 회충(蛔蟲)이 되어 있다. 당신은 좀 능글맞고 징그럽기까지 하다.
“그냥 하지만 말고 좀 보고도 싶어서.”
하는 당신에게 창녀는 흔쾌하게 허락한다.

“아이,  당연히 되죠.  맘 껏 보세요.  이렇게 하면 잘 보이죠?  하고싶은대로 다 해봐도 되요.”
한데! 이러는 창녀는 마음속으로야 오죽 남자들이 빨리 일을 끝내주기를 바라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겉으로는 항상 이토록이나 여유롭다. 마치도 교예라도 하듯이 두 다리를 활짝 벌리고 당신에게 모든 것을 바친다.  
“어차피 당신이 돈을 주고 산 요리니 먹던지, 버리던지 맘대로 하세요.”
라고 하는 것 처럼 말이다.  드디어 터뜨리고 싶었던 욕구를 아무렇게나 마음대로 던져버릴 수 있는 이 광활한 세상이 한 남자의 앞에 펼쳐진 것이다.

그렇게 창녀를 통하여 그동안 그렇게나 듣고 싶었던 것, 하고 싶었던 것, 그리고 가지고 싶었던 것을 다 가지며, 여느 나라 남자들보다도 가정 떠메고 살아가기 힘든 한국의 남자들은, 아니 삶에 찌들대로 찌들은 한국의 나그네들은 순간이나마 새로운 세상을 꿈 꾼꾸게 된다.

그러니 바람난, 돈 없는 나그네들에게야 창녀들은 얼마나 고마운 언니고 누이들인가! 일단 그네들은 남자를 차별하지 않는다. 그네들께로 들고 오는 남자들의 돈에는 빈부와 귀천이 따로 없다. 그냥 돈이면 된다. 돈은 역시 남자들이  창녀에게서 받는 것 못지않게 창녀들에게도 그 남자들로 이어지고 있는 세상의 여럿 비밀의 문들을 아무 조건 없이 열어주고 또 그 세상에서 벌어지고 형형색색의 질퍽한 교역(交易)을 구경시켜 주고있으니 말이다.

그러므로써 얻게되는 창녀들의 삶의 기쁨은 그야말로 거의 무조건적이지 않을 수 없다. 창녀들은 이렇게 속삭인다. 아니, 우리야말로 제일 천하고도 힘 없는줄 알았데, 아니잖아, 저들(한국의 남정네들)이야말로 우리보다도 훨씬 더 천하다못해 아주 지저분하기까지 하잖은가.저들이야말로 그렇게나 크고 힘 있는 줄 알았는데 어느날 갑작스럽게 빌딩에서 뛰어내려 자살하고 미투에 걸려들어 패가망신하고 모든 것을 다 잃은채로 일락천장(一落千丈)하는 모습은 또 얼마나 가관인가고 말이다.  

그래서 그런 남자들 덕분에 세상에서 제일 비천(卑賤)한 신분의 창녀들에게도 마음으로나마 기댈 수 있고 믿을 수 있는 친구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나는 한번도 윤회설(輪回說)이라는 것을 믿어 본 적이 없지만, 정말 내생이라는 것이 있어서 다시 태어날 수만 있다면 한번쯤은 꼭 여자로 태어나서 창녀가 되어보고 싶다. 그리하여 어느날 나에게 정말 그렇게 마음으로나마 기댈 수 있고 믿을 수 있는 친구가 생긴다고 가정하자.  남자가 돈만이 아니고 여자인 내가 몸 만이 아닌, 돈과 몸이 서로를 읽지만 정작 나의 영혼속으로 다가오는 그것은 어떤 강력한 힘이 되기를 갈망한다.

그 힘이 소리로 바뀌고 나는 자기 목소리를 내는 창녀가 될 것이다.  그리하여 모든 나를 경험한 남자들이 돈 만큼의 순간적인 짧은 쾌락보다는 그동안 자축하고 억눌렸던 소리를 듣게 만들고 그 소리들을 쏟아내면서 세상을 향해 소리치고 싶은 욕구를 터뜨려줄 것을 바라맞이 않는다. 그냥 돈 때문에, 몸만 파는 창녀가 아니라 세상을 향해 소리를 낼 수 있는 사상하는 창녀가 되어라!

그리고 순간적인 짜릿한 쾌락에만 만족하여 안주하지 말고 당신이 터뜨리는 욕구에 창녀인 나도 함께 묻어나갈 수 있는 변화를 꿈꾸게 만들어 달라!  


202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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