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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옥 단편소설] 비상하고 싶은 그녀의 하늘
이미옥   Hit : 5322 , Vote : 230        [2008/12/23]




   그날도 오늘처럼 파란 하늘이었는지 모른다.

   초등학교 6학년 여름방학에 읽은 “빨간 머리 앤”이 처음으로 애본리 마을에 도착했을 때 느꼈을 것 같은 그 초조함, 현실과 공상이 뒤죽박죽이 되고 과거와 미래가 전부 하얗게 얼어버릴 것 같은 그 순간이 오늘, 6년의 질곡을 뛰어 넘은 오늘에야 왜 그녀의 머릿속에 비로소 떠올랐는지 모른다.

   한강을 건너는 버스의 “노약자” 좌석에서 졸음에 겨운 눈을 지그시 뜬 채 그녀는 몇 십번, 몇 백번도 더 보아온 한강 고수부지의 풍경을 못 박은 듯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똑같은 사물이라도 날씨와 시간에 따라 번마다 바뀌는 풍경은 마치 사람처럼 그녀에게 색다른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그녀는 이미 익숙해 질대로 익숙해진 일상에서 새삼스럽게 튀어나온 감상에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실마리를 찾아보았다.

   ‘아, 그거였어.’

   요즘 유행하는 미니 홈피 “싸이”에서 그는 어젯밤 오래 전 친구인 “선이”의 미니홈피를 보았던 것이다. 더 이상 과거로는 이행할 것 같지 않은 그녀의 현재에서 까마득한 고향친구의 사진과 그녀가 게시한 게시물들은 새삼스레 그녀의 과거도 성장한다는 놀라운 사실을 보여 주었다. “선이-” 초등학교 때 유난히 헝클어진 머리와 부스스한 옷차림으로 늘 얼굴에 수심을 지니고 있던 애, 그러나 그렇게 어두운 얼굴의 이면에도 두 눈 만큼은 무섭게 빛나고 있던 아이, 담임은 그 조그맣고 어딘가 어눌해 보이는 애가 그래도 공부만큼은 잘한다고 좋아했지만 같은 “학습위원”을 하면서 늘 불쾌한 나는 선이의 머리카락 냄새를 맡아야 했던 그녀는 슬며시 짜증스러울 때가 많았다. 그 애의 수심 가득한 얼굴과 초라한 행색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가 초등학교 들어갈 때부터 이미 한국으로 가 있었던 것이다. 돈벌이 때문에 한국에 간 지 5년도 훨씬 넘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그녀의 모습과 얼굴의 그림자는 변함이 없었다. 그녀가 어른이 되고 죽을 때까지 결코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그 견고한 그늘이 그러나 어제 본 “싸이”의 사진에서는 그토록 활짝 피었음을 보고 그녀는 경악하게 된 것이다. 그때만큼 작은 키도 아니었고 그때만큼 못생긴 얼굴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그녀의 다이어리에 적힌 그녀의 일상은 의외였다. 어느 샌가 한국에 유학 와 있었고 그것도 꽤 괜찮은 명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었으며 잘 생긴 남자친구까지 사귀고 있었다.

   그것들은 밤새 “싸이”에서 옛날 친구의 일상이나 뒤적거리는 그녀의 기분을 더 언짢고 초라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새벽까지 인터넷을 뒤적이다가 피곤해진 어깨를 잔뜩 웅크리며 그렇게 잠이 들고 말았다. 밤새 꿈속에서 그는 초등학교 운동장도 보았고 옛날 그녀가 늘 도맡아서 만들었던 벽보며 잊지 못할 첫사랑까지 보았다. 아침에 깨어났을 때는 자신이 밤새 꾼 꿈조차 다 잊고 수업 시간을 맞추느라 허둥거렸지만 자기도 모르게 먼 기억을 떠올린 것이다.

   숙자, 그녀는 중국에서 유학 온 조선족 유학생이다. 이런 이름이 그녀의 고향에서는 흔했지만 이곳 서울에서는 한껏 퇴화된 구시대의 유물과 같은 초라함을 지니고 있었다. 그녀의 할아버지가 자랑스레 지어준 거라 했지만 그녀는 언제부턴가 바꾸고 싶어 안달을 했다. “민지”라든가 “하늘”이든가 “바다”라든가 세련된 이름은 그토록 많은데 자신은 왜 이토록 촌스런 이름을 지겹게 불리고 다니는 지 그녀는 늘 불만스러웠다. 그러나 이름을 바꾸려면 그녀의 나라에 가서 수속을 해야 하고 더불어 여권도 다시 재발급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그녀는 늘 울상을 하고 자신은 이름을 바꾸고 싶다는 얘기만 유행가 가사처럼 외고 다녔다. 자신의 이름처럼 자신 또한 어딘가 모르게 “촌스러움”을 간직한 거라 생각 되어 그녀는 행여 누구한테 들킬세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신경을 쓰곤 했지만 결정적인 상황에서 얼굴이 붉게 타는 노을처럼 목까지 빨개지는 것만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오늘 유난히도 고향생각이 났다. 어젯밤에 본 “선이”의 “싸이”가 그녀로 하여금 많은 것을 떠올리게 했다.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까. 변해 있을 고향의 모든 것이 궁금했다. 그동안 참아왔던 그리움들이 봇물 터지듯 줄줄 흘러 나와 하늘에 온통 파란색으로 부옇게 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그 하늘을 마구 날고 싶다. 날개가 있다면 그 것을 달고 어디든지 갈 텐데 날개가 없어도 그녀는 왠지 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강고수부지를 지나서 상도터널을 경과할 즈음 그 어둑어둑한 광선에서 핸드폰 불빛이 반짝반짝하고 빛이 났다. 그러고 보니 휴대폰을 무음으로 하고 해제시키지 않은 거라 전화가 아까부터 오고 있었는지도 모르고 있었던 거다.

    “여보세요?”
    “뭐하느라 전화는 안 받고 있었니? 야,”

   이 남자는 전화를 하면서부터 대뜸 “야, 자”한다. 조폭도 아니고 성격이 아주 저질인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말버릇 하나는 고약했다. 남들 앞에서는 절대로 욕을 쓰지 않지만 그녀 앞에서는 무장해제 된 군바리처럼 “야, 자”하고 대수롭지 않게 뱉어내곤 한다. 그의 의도가 나쁘지 않다고 해도 그 말이 왠지 거슬려 사정해 보았으나 그의 말버릇은 계속 고쳐 지지 않았다. 막내로 곱게 자란 그가 군대를 가고부터 욕을 배웠으며 제대하고 나서는 자기도 모르게 욕이 입에 배어버린 것이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그녀는 이해되지 않았다. 자신도 가끔 상처 받은 암 고양이처럼 으르렁대고 세상에 대해 한없이 욕설을 퍼붓고 싶을 때가 없는 건 아니지만 사람을 마주하고 “이놈 저놈”하는 것은 차마 입이 떨어지지도 않는데 그는 어찌 그리도 잘 뱉어내는지. 그녀는 “군제도”에 대해 잠깐 생각해 보았다. 2년 2개월씩 덥석 군대에 가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그녀로서는 신기하게만 느껴졌지만 그렇다고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다. 그녀에게도 군 생활 못지않은 삭막한 대학민국 고등학교, 유학의 3년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제일 괴로운 청소년이 대한민국의 중고등생인 줄 일찌감치 알았다면, 설마 그것이 어렵게 주어지는 금덩이 같은 기회인 줄 알았더라고 “얼싸구나”하고 덥석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성적 사고에 무딘 그녀는 냉정한 현실보다는 자신의 주책없는 감성으로 모든 걸 선택했다.    

   아무런 자유도 못 느끼고 아무런 즐거움도 못 누리고 벙어리 같고 귀머거리 같은 어둑어둑한 세월이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남들이 “고통”을 말할 때마다 자신도 어지간히 이해한다고 생각했다. “고통”이란 건 별건 가.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못하는 것이 고통이고 지옥이지. 같은 하늘을 보고 같은 땅을 밟고 살아도 마음 생겨 먹기에 따라 천당이 되고 지옥이 되는 거지. 사람들과 같이 있어도 자신은 그 지옥에서 살다 왔으니 이제 그녀는 나이에 비해서 자신이 훨씬 더 성숙한 것처럼 느껴지고 이제 자신은 천국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거기다 그녀는 정말 “천국” 같은 대학에 오게 되었다. 명문대는 아니지만 이름만 대면 남들이 꽤 알아주는 대학이고 과도 모더니티 하게 영문과였다. 그런데 “천당” 자리표에서도 감당할 수 없는 것은 바로 100년 묵은 거부기의 단단한 껍데기 같은 짙은 외로움이었다. 그렇다고 어린 나이에 연애 따위나 할 수 없다고 그녀는 어금니를 깨물고 남자는 피해 다녔다. 그러나 방어벽을 너무 높게 친 탓인지 너무 자중한 탓인지 그는 대학교 입학식 첫날의 과 대면식에서 3년 선배인 남자에게 그만 자신의 마음을 빼앗겨 버리고 말았다.
  
   맞은 편 자리도 아닌데 벽 가에 웅크리고 붙어 있는 그, 웅크리면 어깨도 구부정한 그한테 왜 유독 시선이 갔는지 모른다. 남보다 한층은 더 슬퍼 보이는 눈망울 때문인지 조용하다가도 갑작스레 쏟아내는 폭포수 같은 발언 때문인지 그녀는 그만이 유독 그 술자리에서 빛난다고 생각했다. 그의 말은 날카롭고 화려했으며 비단에 감싸 놓은 위험한 비수처럼 무서운 진실을 품고 있었다. 그의 독특한 빛은 그녀의 마음에 조금에 조금씩 흘러들어 빛 무리를 형성하더니 그의 말을 듣고 있던 그녀의 얼굴도 어느덧 그의 얼굴처럼 힘차고 발갛게 달아올랐다. 굶주린 어미 사슴마냥 새로운 사랑에 대한 기대와 설렘으로 그녀는 부풀어 오르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며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말을 지니고 있구나.’

   세상에 대해서 아무런 내색도 못하고 늘 얼굴을 가리고 산 그녀와는 다르게 그는 자신만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 목소리는 그녀가 여태껏 들어왔던 것처럼 가식적이지도 애매모호하지도 않았고 어딘가 이해될 만큼 명료하고 진실했다. 그녀는 또 침묵과도 같았던 자신의 학창시절을 생각했다. 그 시간동안 그는 자신의 목소리를 가지지 못했다. 늘 남의 목소리에 묻혀 살았다. 자신이 무슨 얘기를 했고 무슨 얘기를 들었는지 생각해 보면 한 다스도 안 된다. 그것도 먼지 같은 것들이다. 불면 후하고 날아가 버릴 가볍고 별 쓸모가 없는 것이다. 정작 그녀 자신도 먼지 같은 존재였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그녀 자신은 정작 입술을 파르르 떨면서 부정하곤 했다. 자신은 먼지 같은 존재라도 해도 그 먼지 속에 들어 있는 욕망의 크기는 히말라야를 움직일지도 몰라 하고 그녀는 생각했다. 아무도 주시하지 않는 세월의 틈 속에서도 그녀는 자신의 욕망에 주시했다. 욕망만이 진실이 된다. 그녀에게는 말이 없고 언어가 없고 친구가 없었지만 생각이 있고 욕망이 있다. 그녀는 자신의 욕망이 들킬까 조심조심하면서도 한편 남들이 그런 자신을 알아주고 이해해주기도 바랬다. 그녀가 썩 좋아하는 과목은 영어였다. 그녀 자신이 언어에 탁월한 소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방인의 언어를 썩 잘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녀는 이상하게 영어에 집착했다. 중국어도 아니고 한국어도 아닌 제2외국어인 영어를 외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졌다. 그녀의 욕망을 실현시켜 줄 또 다른 미래가 그녀를 향해서 교태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유혹하는 것 같다.

   말을 폭포수처럼 쏟아 내는 이 남자를 보면서 그녀는 가만가만 생각했다. 이 남자한테 기회가 있으면 하고 싶은 얘기를 마음껏 해야지. 이 남자한테 자신의 먼지 같은 삶을, 그러나 그 속에 들어 있는 거대한 삶의 기둥을 보여줘야지. 그러면 나한테도 길이 생길지 몰라. 아무도 오지 않았던 섬에 어쩌면 육지에서와도 같은 고속도로가 생길 지도 몰라. 섬사람들은 늘 육지를 그리워하게 되는 법이니.  

   그러나 그녀와 남자는 친해지면 친해질수록 더 많이 싸웠다. 돈 때문에도 싸우고 약속 시간 때문에도 싸우고 한마디 말 때문에도 몇 시간을 싸웠다. 남자는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그녀의 말에서 늘 보기 좋게 허점을 찾아냈다. 그녀 자신도 기억 못하는 것을 남자는 기억해 냈다. 머리가 좋은 것인 지 언변이 능한 것인지 남자의 말은 늘 논리가 정연했다. 게다가 남자는 흥분하면 폭풍우같이 한바탕 휘몰아치곤 했다. 그때마다 그녀는 머릿속이 백지처럼 하얘져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처음엔 다정다감하고 친절하던 남자가 범처럼 으르렁대면 도대체 무엇인 진실이 알 수가 없었다. 상태가 안 좋을 때면 그녀는 패닉상태에 빠져 멍청히 서 있기도 했다. 그러면 남자는 더욱 흥분했다. 그녀는 아무래도 자신이 머리가 나쁜 모양이라고 생각되었다. 남자와 싸우고 난 날이면 그녀는 진이 다 빠져서 아무 생각도 못했다. 그러다 잠에 깬 이튿날이면 억울한 마음이 밀물처럼 밀려오는 것이다. 그녀는 늘 그렇게 아침이 다 되어서야 어제의 기억을 끄집어냈고 그 일 때문에 하루 종일 우울했다.
  
   그녀는 첫 사랑을 생각했다. 첫 사랑이 수줍게 얼굴을 붉히며 자신에게 편지를 건네주던 어두컴컴한 골목길을 떠올렸다. 당시 그녀보다 더 수줍어했던 첫 사랑은 어둠속에서도 가무잡잡한 두 볼을 사과처럼 붉힌 채 그녀의 손을 잡으며 꼭 돌아오라고 했다. ‘안돌아올 지도 몰라.’ 그녀는 반사적으로 이런 생각을 했으나 겉으로 내색하진 않았다. 자신도 수줍게 그러마고 약속했다. 그리고는 당돌하게 수줍어하는 소년을 끌어안았다. 자신의 간사한 마음에 대한 죄책감과 소년에 대한 마지막 배려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이제 남자를 봐도 처음처럼 가슴이 뛰지 않았다. 남자랑 지겹도록 벌이는 말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더 가슴 뛰는 일이었다. 그녀는 또 남자가 속물이라고도 생각되었다. 그는 처음에는 세상의 모든 추악함을 자신이 심판할 것처럼 하더니 현실적인 계산에 있어서는 치밀하기만 하고 늘 그렇게 자기중심적이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 또한 속물처럼 느껴졌다. 그녀 마음속에서 꿈틀대는 욕망이 그 무엇도 아닌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될 때 그녀는 처음에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그녀는 점점 변해갔다.
  
   점점 자신의 욕망을 부끄러워하지 않게 되고 적극적으로 욕망의 실현을 위해 머리를 굴리기도 했다. 남자와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남자의 콤플렉스와 약점을 모색했다. “논리는 나의 힘”과 같은 책들을 구입하기도 했다. 어학연수 한번 다녀오지 못한 열악한 영어 발음에도 학점을 잘 받기 위해서 부지런히 교수님의 방을 노크했다. 생계비와 데이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허위 이력서로 과외를 구하기도 하고 웬만한 상황에선 자신이 외국인임을 밝히지도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정체성이 어정쩡한 틈바구니에서 더 이상 중․고등학교 시절처럼 머리 아프게 고민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어정쩡함이 더 자유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자장면”, 그녀는 처음에는 입맛이 맞지 않았던 한국의 “자장면”이 지금은 중국의 것보다 더 맛있다고 생각되었다. 중국에서는 중국의 음식이라 주장하고, 한국에서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개조되어 한국화 된 “자장면”이 어쩌면 그녀의 정체성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자장면”을 좋아했다. “자장면”이 그녀의 정체성인들 어떠랴. 여전히 잘 팔리고 맛있는데.

   이런저런 세월의 풍파를 겪으면서 그녀는 스물 둘의 자신이 또한 자신이 점점 똑똑해져 간다고 생각했다. 전에는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는 것도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이제는 자신도 남의 생각을 읽어낼 수 있는 경지에 다다른 것처럼 생각되었다. 그녀는 옛날 북경에 갔을 때 낡아 빠진 인력거와 벤츠가 동시에 거리를 누비는 모습을 본 적 있다. 그녀 안에도 그와 같은 풍경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 그녀의 촌스러움은 이름을 비롯해 그녀의 겉모습에 아직도 머물러 있지만 그녀의 내면은 발 빠르게 현대적으로 변해가지 않는가. 그녀의 과거는 어쩔 수 없는 근대적인 것이었지만 그녀의 미래는 누구보다 모더니티 하고 세련되어 질지 누가 아는가.  
  
   그녀는 늘 유럽행을 꿈꾸었다. 그녀는 유럽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 있어서 라기 보다는 뭔가 이룰 수 없는 것을 이룬다는 것에 더 열광했다. 그러고 보니 극과 극이라고 생각했던 남자와도 어딘가 공통점은 있었다. 여행을 좋아하는 남자의 꿈은 세계일주 라고 했는데. 그녀 또한 역마살이 낀 것처럼 어디든 나가고 싶어 안달을 했다.

    “내가 너 데리고 가줄게.”
    “유럽이고 미국이고 어디든 데리고 간다.”
    남자는 그녀와 다투지 않을 때 몇 번인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정말?”

   그녀는 그 때만큼은 죽어도 좋을 만큼 이 남자를 신뢰하기로 했다. 그들에게도 공유할 수 있는 핑크빛 미래가 있다는 사실이 그녀를 달뜨게 했다.    
   
    “야!” 수화기의 목소리는 다시 커졌다. 남자는 그녀가 또 휴대폰을 들고 가만히 있는 것에 화가 났나 보다. 아까보다 두 배나 음성을 높였다.

   “너의 지갑을 찾았어, 그걸 잃어버리면 어떡하니?”

   그러고 보니 오늘따라 으르렁거리며 목소리 높인 데도 이유가 있다. 그녀가 또 지갑을 잃어버리고 허둥댄 사건이 며칠 전에 있었다. 지갑 안에 들어 있는 “외국인 등록증”은 정말이지 다시 만들기도 귀찮은 것이었다. 유난히 잃어버리길 잘하는 그녀의 물건을 유난히 꼼꼼한 그가 곧잘 찾아 주었다. 그녀가 뭔 가를 잃어버리고 얼굴이 벌개져서 울상을 지으면 남자는 한층 더 흥분해서 바람을 가르며 찾으러 뛰어 다니곤 했다. 그녀가 다녔던 곳이며 멍하니 넋을 잃을 만한 곳이며 귀신같이 찾아 다녔다. 그리고는 의가양양하게 물건을 찾아와서 또 한바탕 잔소리를 늘어놓곤 했다.

   “찾았어? 어떻게?”

   그녀는 순간 고향에 대한 생각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지갑을 찾았다는 말에 기뻐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녀는 남자를 만나면서 유독 뭔가를 많이 잃어버리곤 했는데 이번에 잃어버린 것도 남자랑 대학로 근처의 어느 카페에서 데이트를 하면서였다. 사소한 의견 차이로 시작되어 점점 격렬해진 논쟁에 그녀의 혼이 쏙 빠져 결국 버스에다가 지갑을 두고 내린 것이다. 남자는 인간의 가치는 얼마나 많은 재화를 창조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고 했다. 그녀는 저속하기 그지없는 남자의 가치 기준에 열을 내면서 반박했다. 돈을 못 벌지만 착하고 인간성 좋은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부자라고 해서 결코 행복한 게 아니며 가난하고 소박한 사람들이 오히려 더 아름답다. 그러자 남자가 부자에 대해서 아느냐고 물었다. 부자가 되려고 노력해  봤느냐, 빌 게이츠 같은 부자 덕택에 수많은 사람들이 직업을 가지고 먹고 사는 걸아냐고 물었다. 그녀는 문득 한국사회에서는 “부자”가 더없이 대우 받는 다는 것과 자신의 처지는 결코 부자와는 멀고도 멀다는 걸 깨달았다. 한국사회뿐 아니라 그녀의 고향도 다를 바가 없지만 그럭저럭 먹고 살만 했으므로 그녀는 이제껏 “돈”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서울에서 그녀의 처지는 하층민과 다를 바가 없다. 몸 하나 겨우 누일 작고 답답한 자취방에서 교통비도 아껴가며 써야 했으니.
 
    지갑을 잃어버리고 나서 그녀의 상황은 더욱 안 좋아졌다. 지갑 안에 들어 있던 것은 가을 옷 사려고 벼르고 뽑은 사뭇 거금이다. 옷이야 안사도 되지만 교통카드의 쓰다 남은 교통비며 영화를 볼 때 이천 원씩이나 할인 받을 수 있는 할인 카드며 새로운 외국인 등록증을 만들 때 들어야 되는 비용은 생각만 해도 눈앞이 캄캄하다. 그녀의 생활에는 엄청난 타격이었다. 그녀는 이럴 때일수록 대범하게 떨쳐 버려야 된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생활이 궁색해지고 밥을 굶게 되자 말할 수 없이 비참해졌다. 며칠 전 대학로 카페에서 열을 내며 “소박하고 가난한 삶의 아름다움”을 운운했던 자신의 모습이 더없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문득 이해되는 바가 있었다. 조선족 교포들이 왜 “한국”에 그토록 오고 싶어 했으며 한국인들은 정작 불법체류인 그들을 달가워하지 않았는가를. 자신이 고등학교에서 왜 움츠러들어야 했으며 아직도 당당하지 못한 가를. 그 궁극적인 이유를 생각하니 모두 돈, 돈 때문인 것 같기도 했다. 공부를 많이 해도 가난하면 뭐 하는 가. 생활고에 시달려 자살한 대학 강사도 있는데.

   그녀는 갑자기 머리가 환해짐을 느꼈다. 여태껏 몰랐던 것을 이제야 깨닫다니. 그녀는 남자의 놀라운 현실감각에 진심으로 탄복했다. 이 깨달음으로부터 출발해서 제대로만 하면 충분히 그녀가 원하는 것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중국, 드넓은 시장을 확보하고 있는 나라에서 그녀는 살다 왔고 영어, 기회의 국가인 나라의 언어도 전공하고 있지 않은가! 그것은 바로 “돈, 돈, 돈”이며 돈은 곧바로 힘이며 그 힘은 그녀를 지금보다 훨씬 더 자유롭고 떳떳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은가. 그녀의 삶에서 이제야 비상할 수 있는 날개를 발견한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되자 그녀는 끓어오르는 열정을 주체할 수 없어서 서점으로 뛰어갔다.




서국화   - 2008/12/23 17:18:48  
외국에 계시는 분들이 이런 느낌이 더 많을거라 생각되네요.

먼지 같은 존재라도 해도 그 먼지 속에 들어 있는 욕망의 크기는 히말라야를 움직일지도 모른다는 말 인상 깊네요. 지금은 아직도 꿈을 위해 먼지같은 삶을 살더라도 향후의 멋진 삶은 위하여 노력하는 우리 모습인것 같습니다.

돈 벌이 떠난 사람들도 다 그 돈 없어 기죽어 가며 사는 생활 싫어서 떠난것 같애요. 가난으로 인한 고민, 걱정, 초라함 일반 인들이 실물이 날 정도로 살아가는 인생이자나요. 하지만 먼지같은 삶을 살면서도 꿈을 안고 적극적인 마인드로 열심히 살아가는 과정이 돈보다 더 값진 인생이며 푸른 하늘을 향해 날아예는 모습이 더 이쁜것 같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如然   - 2008/12/23 21:49:06  
가진게 많다고 으시댈 필요도 없고 돈이 없다고 주눅이 들 필요도 없다고 봅니다.

나두 노력하면 차려지는 것이 많을 것이고 현재 가진게 많은 사람도

언젠가는 많은 것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요.
현영   - 2008/12/24 00:50:58  
선이가 어렸을 때 나랑 비슷한 가타서.... ㅋ

아 근데 소설두 쓰시는구나. ^^

감탄입니다. 잘 읽었어요 ^^
주명국   - 2008/12/24 06:59:54  
이게 엄청 더 긴 소설의 처음 부분이죠?
김동석   - 2008/12/24 07:45:55  
이미옥님의 사진과 이름을 보는 첫 순간에 멋진 평론을 상상했습니다.
수필과 평론에 이어 소설도 읽게 되어 무척 감회롭군요.
막힘없는 다양한 장르...
우리 동포 문학인들의 다재다능함에 혀가 내둘러집니다.
이 소설도 참 젊은 세대의 감각이 넘쳐나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깊이 있게 잘 펼쳐주셨습니다.
추천드리고 갑니다.
청설   - 2008/12/24 09:53:50  
소설로써는 이미옥씨의 처녀작품이라고 말할수 있는
'비상하고 싶은 그녀의 하늘'을 아주 흥미롭게 읽어내려 갔다.
좀 감성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수줍게 얼굴을 붉히며 자신에게 편지를 건네주던 어두컴컴한 골목길'이너무 좋다.
'어둠속에서도 가무잡잡한 두 볼을 사과처럼 붉힌 채 그녀의 손을 잡으며
꼭 돌아오라고 했던 첫 사랑'의 추억이 있어서,
아. 후에 만났다는 한국 총각놈이 지지리도 재미 없다.
배워먹은듯 유식한듯 자잘하고 쪼잔한 놈에게 빠져버린 그녀가
밉기도 하고 괘씸하기도 하다...
에잇, 한마디로 바보라고 해도 좋을가.
그런데 그녀 나름대로...사랑하는 사이라는 여자에게 사내라는 놈이
말꼬리 잡기에다가 시비질에다가 걸고넘어지기가,
아주 사람 깡치를 낼 지경이라니,
그래서 '돈 때문에도 싸우고 약속 시간 때문에도 싸우고,
한마디 말 때문에도 몇 시간을 싸우고...'
그렇게 사랑한다는 여자를 얼떨떨하게 만들어놓고,
얼떨떨해진 여자는 궁지로 몰리다못해 머릿속이 백지처럼 하얘져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단다.
남자란 놈이 정말 한심하다고 생각하지만
더 한심한거가 이런 남자한테 빠져서 눈이 멀고 귀가 멀어버린
코막고 답답한 그녀라는 생각...

청설   - 2008/12/24 09:58:21  
그러나 우리 조선족에서는 그래도 똑똑한 그녀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았다는,
이 재수없는 한국 총각놈이 어떤 놈인지 궁금해서 읽고 내려왔던 부분을
다시 돌아가서 읽어보았다.
'세상에 대해서 아무런 내색도 못하고 늘 얼굴을 가리고 산 그녀와는 다르게'
'그는 자신만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
목소리는 그녀가 여태껏 들어왔던 것처럼 가식적이지도 애매모호하지도 않았고
어딘가 이해될 만큼 명료하고 진실했다'는 것에 반해버렸는 모양이다.
얼마나 명료하고 진실했는지에 대한 소개는 뒤에서 이미 읽은 바다.
남자가 아주 말수더구가 좋고 시비질에 능하고 꼬치꼬치 캐고드는 자잘하고 쪼잔한 놈이다.
이런 놈과 얼떨떨한 그녀의 사랑이이야기에서 제일 신경을 찌르는 단어가 나온다.
'돈 때문에 많이 싸웠다'는 이야긴데, 이 '돈'이 그녀의 하늘을 나는 비상의 날개가 된다.
그리고는 “돈, 돈, 돈”하고 웨치면서 어디로 달려가는데,
정상적인 안목으로 보면 그녀는 분명 '돈' 때문에 쪼잔한 남자와의 사랑에서
지지리도 시달렸던 것 같다. 그래서 이 돈과 사랑 사이의 결핍에는 소망이 따르고,
또 그것은 어떤 형태로든 표출될 수밖에 없다는 인간 심리의 한 진실 내지 비밀을
그대로 적나라하게 드러내보여주는 인물이기도 한 것 같다.
청설   - 2008/12/24 10:23:58  
쪼잔하고 자잘한 남자에게 빠져 매일같이 싸우며 지내는 그녀의 사랑이야기와,
이 사랑의 내면에서 그녀가 연출하는 의식의 모노드라마 - 과거에 대한 추억에서 첫 사랑이 차지하는
부분의 이야기와 결말에서 변해버린 인간 성격의 극한적인 모순성을 보여 준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 까닭으로 해서 그녀의 성격을 위선 또는 이중 성격으로 규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만나면 싸우면서도 헤어지지 못하고 여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남자의 단점을 골고루 다 가지고 있는 남자의,
'유럽여행을 같이 가자'는 말에 '죽어도 좋을 만큼 이 남자를 신뢰하기로 했다.는
좀 뭐가 어떻게 돌아버린 여자이기도 하다.
똑똑한 같은데 뗑하고 총명한 같은데 부실하다.
이런 양면성은 그녀의 조선족이라는 자비감과 연인으로 사귀고 있는 상대가
한국 남자라는 자부감과, 자신은 '외국인 등록증'소유자라는 지비감속에서
은연중에 표출되고 있는 간절한 보상 욕구가 결국 그녀를
사랑의 교환경제와 체념의 윤리의식속에 빠뜨려놓고 만 것이다...
청설   - 2008/12/24 10:26:14  
그래서 "돈돈돈"하며 달려가는데 불쑥 서점으로 뛰어들어갔다고 하는 원인을 모르겠다.
서점에서 돈이 나오나?
두견화   - 2008/12/24 10:58:24  
이미옥님의 소설을 읽으니 더 반갑네요.
소설이 재미있습니다.
한국 남자 때문에 속도 태우는 착하고 선령한 주인공 그녀가
너무 안쓰럽네요 ~
저는 원래 자잘한 남자들이 제일 밉상이거던요...
남들이 술에 취하고 짜드래기 켜면서 녀자들과 걸고드는것만큼
봐줄수없는것도 없답니다.
한국남자가 술은 마시지않지만 녀자와 걸구들고 말로 이기려고
바득바득하는 모습을 보는것같습니다 ~
크리스마스에 복많이 받으세요...
두견화   - 2008/12/24 11:00:28  
그리고 유작가님~
똑똑한 같은데 뗑하고 총명한 같은데 부실하다 ?? ㅋㅋ
이렇게 말씀하는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랑할때는 똑똑한 사람들도 바보가 된다고 하지않았습니까.
작가님도 사랑때문에 눈도 귀도 다 멀었다고 고백하는 수필을 읽었던적이 있는데요 ~
저는 이 소설이 너무 진짜처럼 자세하게 마음을 써보여서 좋은데요.
이미옥님께 추천드립니다.
빈술잔   - 2008/12/24 12:23:28  
오랜만에 이미옥님의 평론아닌 글 , 단편소설을 읽었습니다.
이 글의 기본줄거리는 간단하며 내용도 단순하리만치 간단하며 여운도 결코 길지 않다고 봅니다.

이 글의 주인공----"숙자"가, 한강을 건느는 버스에 몸을 실은채로, 세 사람----오래전 친구인 선이, 현재의 남자친구, 그리고 첫사랑을 기억에 떠올리면서 글의 주제가 표달된다.
버스에 몸을 실은 주인공의 현재의 기분이 "선이"로부터 기인된것이라고 글을 엮어내면서 글의 주인공이 중국에서 한국으로 유학온 조선족여자애임을 밝힘과 동시에 한동안 이런저런 생각속에 파묻혔다가, 달리는 버스가 타임머신을 깨뜨리며 현재로 돌아온다.
이 글의 여운이라면, 이 세상 살아숨쉬고 있는 인간이라면 모두 가지고 있을법한 <욕망>에 대한 사색의 여지를 불러일으키는것이다.

내가 읽는 이 글의 매력포인트를 적어본다.

<자신은 먼지 같은 존재라도 해도 그 먼지 속에 들어 있는 욕망의 크기는 히말라야를 움직일지도 몰라 하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녀의 욕망을 실현시켜 줄 또 다른 미래가 그녀를 향해서 교태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유혹하는 것 같다.>-----욕망에 대한 그 어떤 갈망을 잘 표현하였다.

<점점 자신의 욕망을 부끄러워하지 않게 되고 적극적으로 욕망의 실현을 위해 머리를 굴리기도 했다. 남자와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남자의 콤플렉스와 약점을 모색했다.>, <오히려 그런 어정쩡함이 더 자유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자장면”, 그녀는 처음에는 입맛이 맞지 않았던 한국의 “자장면”이 지금은 중국의 것보다 더 맛있다고 생각되었다. >-----이 세상에 살아남기 위해 버둥거리는 인간이라면, 그것도 우수한 인간으로 거듭나려면 현실에 적응하고 현실에 입각(立脚)하여야 하며 현실과 맞서 반격할 태세가 기본으로 갖춰져있어야 한다는것이겠다.

<그녀는 옛날 북경에 갔을 때 낡아 빠진 인력거와 벤츠가 동시에 거리를 누비는 모습을 본 적 있다. 그녀 안에도 그와 같은 풍경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욕망의 실현을 위한 길에서 미숙한 자신을 성장시켜가고있는 주인공임이 분명하다.

이 글을 읽고나서 아쉬운 점:
위에서 많은 필묵을 들여서 욕망을 들추어냈는데, 마지막 단락에서 너무 허무하게 주인공의 형상이 부각되였다는 점이다.
전체 글에 비하여보면 좀 허술한 결말이라는 느낌이다.
너무 단순하게 그려진 돈에 대한 갈구이다.
류영애   - 2008/12/24 14:49:35  
현실주의적이고 거짓없는 주인공의 심리세계가 잘돋보이는 소설이라고 여겨집니다.
절대 변할것같지않던 견고한 그늘을 가진 어릴적의 친구 <선이>의 변화된 모습으로부터 받은 충격과 질투심, 그로부터 느끼는 자신의 초라함, 자신과는 너무 다른 모습을 가진 남자에게 반해버려 사귀지만 결국은 돈때문에, 사소한 일때문에, 이기려는 자존심때문에 싸우게되고 그러면서 순수했던 첫사랑의 기억을 떠올리는 모습, 소심한것같지만 그래서 자신의 욕망이 들킬가봐 조심하지만, 어쩔수없이 내재하는 꿈틀거리는 욕망......이런것들이 아주 선명하게 다가오네요.
주성호   - 2008/12/25 04:42:48  
사랑의 교환경제와 체념의 윤리의식이라는 표현에 동의합니다.
성숙하는 사라의 가치관의 변화라고 해야할가요...
보통 이런류의 사랑소설이 통속적인데 반해 퍼그나 심각하게 읽혀집니다.
이미옥님께 추천드립니다.
김춘림   - 2008/12/25 05:08:59  
깊이 빠져들어가다가 결망부분에서 좀 아리숭해지네요.
허무하다는 감을 느낀다고 하면 정확할지 ~
수희   - 2008/12/25 14:45:23  
어제 이미옥씨의 이 소설을 읽고 이플 달고 있는 이 시각까지 많은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역시 똑똑한 이미옥씨의 필치로써 먼저 눈을 떠서 조선족이 깨치지 못한 의식의 부여를 해준 좋은 소설입니다.
문학적인 소설평은 제가 수준미달이여서 삼가합니다.

몇달전에 이미옥씨가 쓴 수필 "외로운자의 고백"에서 왜 외로운가 하는 그 답안이 채 알려지지 않은 채로
끝난 모습을 보여주어서 좀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그 답안이 여기서 나온것 같네요.

외로움이란 왕왕 자신의 소외된 입장으로 자신을 먼저 열지 못하고 주위로부터 고립시켰기때문입니다.
한국에 있으면서 먼저 적극적으로 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움츠려질수록 애써 어울려 忍으로 많이 배워야겠죠.

아무리 "쪼잔한" 한국인이여도 그것이 한국인들의 스타일이여서 그것이 싫으면 한국에 있을 이유가 없어지는것이죠.
이런 "쪼잔한" 한국인들이 한국을 발전시켰습니다. 또 그러한 한국에 가서 유학을 하는 그녀이니...
본인이 적응을 요구하지 않고 배척을 시도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허무하고 진정 외롭고 배우는것도 없어지는거죠.

우리 조선족의 최대의 약점 "못난놈이 잘난척, 모르는놈이 아는척, 못사는놈이 잘사는척"처럼 고질병이 아직도 도처에서
병행하는것같은 느낌으로써 진짜 우리조선족의 슬픔이 아닐수 없습니다.

마치도 잘사는것을 보면 질투심이 나는건지 아니면 컴플렉스가 도발하는건지...
엄연히 잘사는것이 능력이고 또한 그 능력을 갖추는데는 우리조선족으로서 무한한 의식개조를 부단히 걸쳐야 하고
많은 갈등을 겪어야하며 정말 피나는 노력을 장기적으로 해야 성공합니다.

또한 그런 능력을 갖춘 사람이 자기만이 아닌 많은 사람들에게 많이 베풀수 있고 구제할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이 발전했기때문에 우리조선족들에게 많은 혜택이 오는것처럼...

이 소설에서 "쪼잔한 남자와 매일같이 싸운다"는 한가지 예를 들어보면 그녀의 의식개조의 과정이며 성장을 이포합니다.
제가 잘낫다고 해야 밑지기만 하고 얻는건 하나도 없고 "쪼잔한" 남자에 의해 그녀가 도움 받고 매일같이 커가게 됩니다.
허위와 가면를 쓰고 소통을 해봤자 시간낭비이고 아무런 결과도 없습니다.

"조선족 교포들이 왜 “한국”에 그토록 오고 싶어 했으며 한국인들은 정작 불법체류인 그들을 달가워하지 않았는가를.
자신이 고등학교에서 왜 움츠러들어야 했으며 아직도 당당하지 못한 가를. 그 궁극적인 이유를 생각하니 모두 돈, 돈
때문인 것 같기도 했다. 공부를 많이 해도 가난하면 뭐 하는 가. 생활고에 시달려 자살한 대학 강사도 있는데."
이 소설의 핵심부분이 아닐가 싶습니다.

옛적부터 남한테 업수임을 당하지 않으려면 남보다 강해야 합니다. 강해지자면 또한 능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능력은 책과 더불어 의식이 발전된 고의식자로부터 부단히 섭취해야 합니다.그리고 부단히 날아야죠.
비상의 전제인 능력을 갖추고 돈을 벌기 위해서는 돈을 버는 "방법"을 모색하고 많이 배워야겠죠...

그 "방법"이 적혀진 책들이 없나 하고 서점으로 달려가는 그녀 아닐가? 간단한것 같지만 결코 간단하지 않은 어린나이에
조선족들의 선구로 될수 있는 이런 "어마어마"한 인식을 깨치게 된데 대한 저의 진심으로 되는 축복을 보내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미옥   - 2008/12/25 21:01:24  
오래전 글이라
거의 폐기처분 상태였는데
그래도 관심 갖고 따뜻하게 보듬어 주셔서 감사드리고
수희님, 빈술잔님, 청설님 그리고 기타 플 달아주신 모든 분들-
소설은 아직 서툴지만 걸음마를 뗐으니, 조금은 더
용기 내어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많은 훈련과 습작이 필요한 듯 싶습니다.
수필형 인간이 소설적 구성과 허구로 전환이 될까.
혹시 가능성이 있을까 싶어서 3년전 글을 끄집어 보긴 했습니다만
어쨌든 쑥쓰럽네요.... ^^

크리스마스 몇 시간 안남았지만
다들 멋진 밤 되시길 바랍니다. ^^
정연   - 2008/12/27 02:04:31  
그녀의 처지가 남의 일 같지 않네요.
쪼잔한 남자는 정말 싫어요. ^^
아름다운 인생   - 2008/12/27 20:24:13  
잘읽고갑니다
힘내세요^^
새해엔 좋은일만 가득하길.....
네잎클로버   - 2008/12/28 06:21:31  
이미옥님 넘 부러워요 ~

홧팅 ^^!!! 해요 ~~
채미화   - 2008/12/28 17:25:48  
글 잘 읽었습니다. yi fang shui tu yang yi fang ren 인가
한 곳의 풍토인정에 한부류의 사람들을 만든다. 이런 말이 생각나네요. 물론 저도 할 수 없이
이 말을 떠나는 예외가 아니겠지만은, 한참 읽어보다가... 답글 적어요.
露露   - 2009/08/20 11:47:42  
소설 잘 읽었습니다
소설보다 평론을 더 잘 쓰시는거 같아요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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