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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랑전] 제24화 북랑족 살인사건(하)
령이   Hit : 276 , Vote : 2        [2019/10/21]


진실은 잔혹하다고 아버지께서 에리카에게 말해준적 있었다. 수많은 케이스를 받으면서 아버지는 그런 진실에 익숙해 지는데 많이 단련됐지만 그래도 가끔은 너무도 잔인한 현실에 가슴아파하고 괴로워 한적 많았다.
지금 에리카가 그런 심정이었다.
한상혁을 돌려 보내고 조금더 유력한 증거를 수집하려고 하람세온과 에리카는 홍잎시의 모퉁이에 인적 드문곳에 자리 잡힌 모텔에 하루 묶기로 한다. 에리카는 카펫에  뿌려진 사진들을 보며 마음이 무거울 뿐이었다. 아까부터 자꾸 머리가 아파오고 온 몸이 불편했다. 너무도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에리카의 귀가에는 자꾸만 누군가가 소곤거리는것 같아 신경이 사나웠다.
북랑족 살인사건…
그녀는 이미 진실을 거의 끄집어 냈다. 결국 렉스황은 그의 계모 줄리아의 계략에 넘어간것이었다. 이랑산에서 시루와 함게 공부할때 족자에서 북랑족에서는 장미를 볼수 없다고 읽은적 있었다. 장미는 아름답고 약재로도 쓰이는 꽃이지만 투구초와 만나면 북랑족에게 이성을 잃게 하는 아주 지독한 흥분제로 변하기 때문에 북랑족의 영역에는 장미가 자라지 않는다.
한창 줄리아와 사랑에 빠져있던 렉스황의 아버지는 그와 그 아들의 비밀을 줄리아에게 알려주었다. 그들이 사람이 아닌 요족의 후대라는 것을. 사랑할땐 모든걸 지켜주고 감사안아주는 힘이 넘쳐나지만 시간이 흘러 세속에 물든 줄리아는 사랑보다 돈과  명예를 더욱 갈망하는 여인으로 변해 버렸다. 부드럽고 상냥하던 줄리아는 사라지고 렉스황의 재능을 돈벌이 기구로 삼는 냉정하고 이기적인 상업 어머니로 변신한 계모를 떠나 렉스황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렉스황은 야망의 유혹이 얼마나 강한지 몰랐던 것이었다. 그의 계모는 결국 그를 살해해서라도 남은 유산을 주머니속에 넣고 싶었을 정도로. 줄리아는 화학전공이었고 북랑족에 대해서도 많은 공부를 해왔었기애 장미와 투구초의 위해가 얼마나 강한지 따라올 자 없이 많은 지식을 알고 있었다. 사냥족의 손을 빌어서라도, 무고한 문수영을 이끼로 이용해서라도 렉스황을 죽이려는 한 여인의 연민없는 잔인한 음모…
그게 살인사건의 전말이었다.
진실을 찾아 낸 에리카는 문수영의 얼굴과 절망에 빠진 렉스를 생각하면 생지옥에서 헤엄치는것 같아 너무도 고통스러웠다. 이 잔혹함은 그녀가 감당할 수 없을만큼 너무도 무겁고 컸다. 아름답고 영원해여야 했던 커플은 그렇게 야망으로 인해 파멸돼었으니, 이보다 더 슬픈 인연이 어디 있으랴.
에리카는 머리가 너무도 아파 눈을 질끈 감으며 손가락으로 이마를 살살 긁는다.
노크소리가 들려온다. 에리카는 힘겹게 일어나 거러가 문을 연다.
하람세온이었다.
“왜요?”
에리카는 힘 없게 물어본다. 희쓱한 그녀의 얼굴을 보며 하람세온은 잠시 할 말을 잃는다. 그녀의 달갑지 않는 눈빛때문이기도 했다. 미디어의 성화를 잠잠하게 하기 위해 마지못해 장례식에 참가하기로 한 줄리아가 지금 멀지 않은 도시에 와 있다. 하지만 그녀가 머문 곳은 동호족의 영역. 아무리 하람세온이라 해도 전쟁이 일어날가 말가 하는 이 시점에서 동호족에 드나드는건 너무도 위험한 일이었다.  에리카가 원망하는게 아니라 에리카 마저 동호족의 영역에 들어가지 말라는 하람세온의 명령 때문이기도 했다. 동호족과 북랑족의 예민한 사이를 알기에 에리카는 분노와 안타까움을 꾹 눌러야 했다. 범인은 바로 가까운 도시에 있는데 알면서도 정죄하지 못하니 에리카는 속이 뒤집어 질 만도 했다.
“배...배안고파?”
하람세온은 말문이 막혀 범벅인다. 그리고 의심한다, 왜 이 계집앞에서 소령인 자신이 말문이 막혀야 하는지...
근데 웬일인가? 에리카의 주변에 검은 그림자들이 보일랑 말랑하게 나타났다 다시 사라진다. 그게 뭔지 더 자세히 보려는데 에리카가 말한다.
“안고파요. 다른 일 있어요?”
에리카는 피곤했는지 하람세온이랑 눈 마주치는 것도 힘들어 했다. 얼굴이 빨개진 에리카를 보며 뭔가 눈치 챘는지 하람세온은 긴 팔을 내밀어 에리카의 이마에 닿는다.
“열이 펄펄 끓고 있잖아!”
하람세온이 말하자 에리카는 초첨 없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본다.
감기였다.
아침부터 그녀는 지하 침침한 감옥을 드나들고 하람세온이 얼음 수련 동굴에 머무르다 가을 바람이 쌩쌩 부는 이 계절에 자신의 등을 타고 몇시간동안이나  달렸으니 감기 안걸리려 해도 어려웠다. 아무리 북랑족의 법사라 해도 그녀는 인간의 몸이엇다.
하람세온은 이내 방에 들어와 전화로 프론트 데스크에 감기약 없나 물어보지만 간략한 모텔에는 당연 그런 서비스가 있을리가 없었다. 이럴줄 알았다면 정작 고급 호텔에 가야 했었는데. 사람들의 눈길을 피하기 위해 도시 모퉁이에 자리잡힌 모텔을 선택한게 잘못이었다.
“젠장...”
하람세온은 저도 모르게 자책감헤 휩싸여 중얼인다. 그리고 바닦에 흩어져 있는 문수영의 사진들을 보더니 이마를 찌프린다.
“저 괜찮아요.”
에리카는 힘 없이 침대 모서리에 앉아 중얼인다.
“괜찮긴 뭐가 괜찮아. 이젠 이런거 그만보고 누워 있어.”
하람세온이 손가락을 움직이자 바닦에 널려 있던 사진들이 둥 뜨기 시작하더니 테이블에 날아고 고스란히 누워있는다. 그는 에리카를 침대속으로 밀어넣으며 이불을 덮어 준다.
“기다려. 부근에 약국 있으니 금방 다녀 올게.”
에리카는 대답할 힘도 없는지 그냥 눈만 감은체 머리만 끄덕인다.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 올랐고 그녀의 숨소리도 거칠어 졌다. 조급한 마음에 문을 확 닫고 하람세온은 직접 창문으로 뛰어내려 이리의 모습으로 변신해 약국으로 달려간다.
밤바람은 차가웠고 바람도 장난아니게 불었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수림속에서 경주하는 하람세온, 그런데 그의 주변에서 많은 하얀 연기들이 나타나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그 하얀 연기는 망령들이었다.
수상했다.
청명절 빼곤 이리 많은 혼들이 나타나지 않는데...
어디로 향하는 것일가...
그냥 스쳐지나가는 망령들이라 생각하고 계속 앞으로 달려갔지만 얼마 가지 못해 뱀귀신까지 슬슬 기어 나오는걸 보게 되는 하람세온. 그는 멈추고 밤하늘을 바라본다. 어느새 악령들도 하늘을 가르며 어디론가 날아가고 잇었다. 불안한 예감이 하람세온을 덮쳤고 그는 저도 모르게 식은 땀이 흘렀다. 영혼들이 나타나는건 그들이 좋아하는 인간이 쇄약해 가고 있어 차시환혼하기 위해서 였다.
그렇다면...
“젠장! 이런 실수를 !!”
하람세온은 그제야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아채고 미친듯이 다시 호텔로 향해 달려간다. 영혼과 악령들, 그리고 뱀귀신들은 모두 에리카가 누워 있는 호텔로 향하고 있는 것이엇다. 에리카의 몸에는 이랑류엔의 염주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요족에서 요력이 높은 소령들은 염주의 마법이 강해 죽은 사람도 살리는 힘을 가지고 있어 당연히 다시 삶을 살고 싶은 망령들에겐 최고의 환혼도구이기도 했으니. 소령들은 요력이 강해 잡귀들이 가까이 가지 못하지만 에리카는 달랐다. 그가 방안에서 보았던 그 검은 거림자들은 에리카의 몸을 약하게 하는 까망귀신들이었다. 감기증상도 증상이거니와 까망귀들의 괴롭힘이기도 했다..
이런 말도 안돼는 갑싼 궤략에 넘어가다니...
하람세온은 이를 갈며 자신을 원망한다. 그는 죽을 힘을 다해 달리지만 먹을것에 혼이 끌려가는 망령들의 속도를 따라가진 못했다.
“젠장!젠장!! 젠장!!!”
빨리 돌아 가야 했다. 하람세온이 모텔을 떠날 때 만일을 생각해서 결계를 세우긴 했지만 이 많은 영혼들과 악령들, 심지어 뱀귀신들까지 달려드니 그 얍실한 결계는 5분도 버티지 못할것이다. 에리카가 잡귀들에게 몰려들거라 생각하니 하람세온은 속이 불타는것 같았다. 너무도 급한 나머지 참전할때에서만 펼치던 붉은 주홍날개를 펼치며 하늘을 날아간다. 모텔은 저 멀리 보이기 시작했고 그는 더욱  날개를 힘차게 휘저으며 앞으로 날아간다.
호텔은 이미 까망귀에 휩싸여 창문까지 모이지 않을 정도로 캄캄했으며 그 외에 잡귀와 망령들이 원형을 이루며 모텔 주위에서 바글거리고 있었다. 이 광경을 보고 가슴이 철컹이는 하람세온, 로켓 못지 않은 속도로 모텔로 향하며 주문을 읽기 시작하자 그의 두 손에는 휘리릭 하는 바람이 일어난다. 하람세온은 있는 힘껏 모텔 방향으로 바람주먹을 두번 날리더니 주변을 감싸고 있던 까망귀들이 나무잎처럼 쉬익 날려간다. 하지만 여전히 망령들에게 가려진 모텔은 유리창 조차 보이지 않는다.
“잡것들아, 어서 비키지 못할가!!!!”
하람세온은 소리를 지르며 주홍색 날개를 확 휘젖더니 셀수 없는 빨간 깃털들이 쉬리릭 뿜어져 나와 망령들을 무찌른다. 망령들은 괴성을 지르며 발버둥치다 연기처럼 씩 사라진다. 그러나 제일 골치 아픈건 이미 창문을 뚫고 지나간 뱀귀신 들이었다. 그들이 사람의 몸에 들어가면 빼낼 방법이 없었다. 에리카의 방의 유리창은 뱀귀신들에게 둘러싸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천지만물의 창조자의 그 두손을 빌려 내가 명하노니, 땅을 비춰주는 이 빛을 내 손에 쥐어주소서!!”'
주문과 함게 하람세온의 몸 주변에는 황금빛이 반짝이더니 줄기 줄기의 전기 띤 금빛들이 뱀귀신들을 칭칭감아 돌아  파지직 소리내며 하늘위로 솟아 올라가더니 퍽 하고 터져 금빛 조각들만 반디불 처럼 몇번 반짝이다 이내 사라진다. 하람세온은 숨차게 에리카 방의 창문을 뚫고 들어가지만  눈 앞의 광경을 보고 저도 모르게 얼어버린다.
잠든 에리카는 그대로 침대에 고요히 누워있으며 은빛 결계가 그녀의 주변을 둥글게 싸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랑류엔이 에리카의 곁에 서있었다. 그는 에리카의 이마를 만져주며 그녀를 지켜주고 있었다.
“류엔...”
부드럽게 에리카를 바라보던 이랑류엔은 머리들어 하람세온을 바라본다. 이랑류엔이 언제 서호족의 영역에 들어 왔는지 궁금해 할때 하람세온은 눈앞의 그자가 이랑류엔이 아니라는걸 눈치챘다.
혼이었다.
“너...너 이자식... 설마 주혼술을 쓴거야?”
하람세온은 믿을수 없다는 듯 중얼인다.
요족의 주혼술은 상당히 위험한 주술로서 혼을 지키고 보호하고 싶은 사람의 몸에 들어가 위험이 있을때 깨어나 싸울수 있는 방법이지만 혼은 실체의 요력에 비해 아주 약하므로 자칫 잘못하다간 한순간에 죽음을 맞이 할수 있는 위험이 동반된다. 혼이 다치면 그 혼의 주인의 실체도 살지 못하는 법. 정말로 죽음을 각오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감히 사용하지 않는것인데...
[말했잖아. 에리카는 네가 함부로 하지 못하는 아이라고.]
말하는 이랑류엔의 혼은 입가가 살짝 올라간다. 이에 주먹을 꽉 쥐는 하람세온. 이랑류엔은 하람세온의 이런 실수를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그 자체가 하람세온을 너무도 불쾌하게 했다.
“너 이자식...”
이랑류엔은 읽기 어려운 미소를 짓는다. 실수한 하람세온을 책망하는것 같기도 하지만 에리카를 지켜주려 웬만해선 사용하지 않는 요력을 보여준 하람세온의 반응에 고마워 하는것 같기도 한다. 주혼술이 점점 약해지기 시작하며 이랑류엔의 모슴은 아주 희미하게 변한다.
[걱정마. 네 실수는 여기서 마지막일거라 믿으니.]
이 말을 남긴체 이랑류엔은 사라지고 에리카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은빛결계도 함게 사라진다. 방은 조용해 졌고 모텔에서 맴돌던 잡귀들도 모두 깨끗이 사라졌다.
하람세온은 붉은 날개를 접고 에리카의 곁에 다가가 앉는다.
그는 손을 내밀어 에리카의 이마를 만진다. 열은 조금 오르고 있었으나 아까보단 많이 편안해 하는 모습이었다.
“쬐고만 인간주제에...”
말로는 그렇게 불평하나 하람세온의 마음을 누르고 있던 돌이 내려져 그도 한숨을 돌릴수 있었다. 고요히 잠든 에리카의 모습을 보며 하람세온은 생각한다. 진실을 찾아 냈다 한들, 동호족에 들어가지 못하는 이상 증거를 사냥족에게 보여줄수 없는 법. 아무리 에리카가 사정하여 동호족에 가려 한들,  렉스황 한사람을 위해 동호족과 싸우는건 무모한 짓이엇다. 하람세온도 그녀를 도와주고 싶은 생각 없는건 아니지만 나라와 한 개인을 비해 어떤 선택 할지는 너무도 뻔했다.
“미안해...”
잠든 에리카를 향해 작은 소리로 속삭이는 하람세온. 단 하루만이지만 에리카의 용기와 지혜를 보게된 하람세온은 그녀를 새롭게 보게 되지만 이번 안건만 어쩔수 없이 실패로 끝내야 할것 같았다. 적어도 그들이 찾아낸 증거로 렉스황의 사형을 면할수 있었으니.


아침햇살이 창문으로 비춰들어왔고 간밤에 꿈 한번 꾸지 않고 쭉 자고 일어난 에리카. 하품하며 기지개를 피는데 누군가가 옆에 앉아 있는것 같아 돌아서 보니 하람세온이 다리를 꼬고 팔장을 낀체 졸고 있었다.
“하...하람세온?!”
에리카의 중얼임에 눈을 뜨는 하람세온. 그는 눈을 몇번 껌벅이다 눈이 휘둥그레진 에리카를 보자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일어나 스트레칭을 한다.
“깻어?”
“ㄴ....네...여긴...내방인데.”
“얼른 씻고 아침 먹자. 통행증 약물이 점심이면 사라지니.”
“네?! 약물효과가 이틀이라면서요.”
“네 감기로 약물이 약해졌어.”
“설마...어떻게...”
약물의 효과는 이틀이긴 하지만 몰려드는 잡귀들이 점점 더 많아져 얼른 이곳을 뜨는게 상책이었다. 어제 하람세온이 서호족에서 그렇게 요란하게 요력을 사용하여 서호족의 수비들이 찾아와 하루만에 어서 자리를 뜨라는 벌을 받았다. 그런 자질구레한 설명이 귀찮아 그냥 약물의 효과로 핑계 대는 하람세온. 안건을 여기 까지 해결한것만이라도 감사해야 할 시점이라 그는 더 이상 불필요한 사건들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에리카와 하람세온은 다시금 놀이공원 현장에 들렸고 산사태에 밀려 내려온 흑더미를 치우느라 화원언덕은 바빳고 여러번 돌아 다녔지만 별 증거물 찾지 못했다. 점심이 다가오고 하람세온은 이제그만 자리를 뜨자 권한다.
“귀찮겠지만 마지막으로 한번 렉스황의 집에 다녀 오면 안됄까요?”
“에리카.”
“알아요. 시간 없는지 알겠는데, 웬지 모르게 꼭 한번 들려야 할것 같아서 그래요. 그냥 딱 한번만 더 둘러보고 이랑산으로 돌아갈게요. 약속해요.”
에리카가 사정사정하자 하람세온은 길게 한숨을 쉰다.
“딱 한시간이야.”
“넵!”
두 사람은 오토바이를 타고 렉스황의 주택으로 출발한다. 그의 집에 도착했을땐 많은 기자들이 입구에 모여들어 웅성거렸다. 그만큼 렉스황이 유명하여 기사거리가 될 만한 사건이었기 때문이었다.에리카는 은신베자를 꺼내어 요력으로 은신한 하람세온과 함게 뒷문으로 슬며시 들어가 집안을 돌아본다. 그의 작업실은 티비에서 보던것과 같이 아주 깔끔하고 흩트러짐이 없었다. 작업실 이곳저곳에 문수영이 친히 디자인 한 스니커들이 놓여져 있었고 그의 작업테이블 위에는 두 사람이 환하게 웃는 모습을 담긴 사진들이 놓여 져 있었다.  에리카는 그 사진들을 보며 가슴이 메어온다.
시간이 촉박하는걸 알기에 에리카는 마음정리를 하고 다시금 방을 둘러본다.
아주 정리정돈된 방과 비교되게 입구에 밀려 들어온 편지들은 이리저리 바닦에 흩어져 있었다. 몇일동안 관리하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기 때문이었다. 에리카는 앉아서 편지들을 하나하나 주어서 정리하며 적혀진 이름을 본다. 그중, 한편의 편지가 에리카의 시선을 잡는다. 허락 없이 남의 편지를 읽어서는 안돼지만 에리카는 봉투를 찢어 오픈한다. 그녀의 두 눈은 줄 줄의 편지를 따라 읽어내려가더니 이내 눈물이 글썽거렸다.  그녀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자 하람세온은 영문 모른체 그녀에게 다가와 묻는다.
“왜그래?!”
에리카는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 없어 하람세온을 보다가  그냥 편지를 부둥켜 안고 울기만 한다. 열려진 봉투를 보며 하람세온의 얼굴은 어두워 졌다. 에리카가 왜 그리 슬피 우는지 그는 그녀의 마음을 읽으며 알수 있었다. 편지를 보내는 사람은 바로 문수영, 그 속엔 이번 안건을 완전히 뒤 엎을만한 유력한 증거들이 들어 있었다.
증거를 찾아 내기뻐해야 했지만 하람세온의 마음은 오랜만에 천근같이 무겁게 느껴지며 어쩔줄 몰라 하는 에리카를 보며 슬픈 표정을 짖는다.
“에리카...”
“알...알아요...근데...그...그런데...”
에리카는 눈물을 멈추려 하지만 밀려오는 슬픔과 안타까움에 말을 이어가지 못한다. 아무말 없이 에리카의 옆에 앉아 등을 내주는 하람세온, 에리카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하람세온의 등에 기대어 목놓아 울게 된다.


에리카와 하람세온이 이랑산에 돌아 왔다는 소식을 듣고 이랑아스란 왕과의 회의 중인데도 이랑류엔은 하늬정으로 향했다. 때마침 하람세온이 에리카를 안고 방에 들어서려는 참이었다.
“에리카!”
눈이 감겨져 있는 에리카를 보며 이랑류엔은 기겁하여 달려간다.
“걱정마. 피곤해서 잠든것 뿐이야.”
하람세온이 그녀를 안고 방에 들어가 이불을 덮어준다. 그리고 하나 두나에게 명령한다.
“감기기운이 아직도 남아 있으니 시루에게 부탁해 약물을 끓여 오너라.”
“예, 알겠습니다.”
하나두나는 겁에 질린 목소리로 대답하며 얼른 달려나가 시루의 약방으로 향한다.
이랑류엔은 하람세온의 남다른 모습에 잠시 할 말을 잃는다. 그저께만 해도 에리카를 향한 태도는 쌩쌩하기만 했던 그였건만.
“사냥족은 ?”
“내일 아침에 오기로 했어.”
하람세온은 별다른 말이 없었다.
“녀석이 증거 많이 수집 했으니 내일 사냥족은 네가 만나도 상관 없잖아. 늘 그래왔듯이.”
하람세온의 권유에 머리를 저으는 이랑류엔.
“이건 에리카의 께임이야. 내가 나서는건 그녀에게 미움을 사는것 밖에 안돼.”
이랑류엔의 말에 가볍게 흥한다.
“그렇긴 하지.”
두 남자는 잠든 에리카를 보며 잠시 말이 없었다.
“고마워.”
먼저 정적을 깬 사람은 이랑류엔이었다.
“에리카와 동행 해 줘서.그리고 주혼술을 에리카에게 말해주지 않아서.”
이랑류엔의 고마움에 기분이 썩 좋은게 아닌 하람세온. 그는 여전히 이랑류엔의 주혼술에 한수 뒤처진 느낌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엇다. 안건으로 이미 스트레스를 받을대로 받은 에리카에게 이랑류엔이 목숨을 걸고 주혼술을 사용했다는 부담을 더하고 싶진 않았다.
“이 아이가 너에게 그리도 중요할가? 주혼술을 사용할 만큼.”
하람세온이 묻는다.
“그 보다도 더한 주술은 얼마든지 할수 있어. 그만큼 에리카는 내 생명보다 더 중요한 존재이니.”
이랑류엔의 주저 없는 대답에 하람류엔은 눈을 감는다.
“생명보다 더 중요한 존재라...”
아주 오래 지났지만, 하람세온은 기억하고 있다. 그에게도 그런 중요한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생명보다 더 중요한지 너무도 희미해진 기억으로는 그 또한 알수가 없었다.
“그래서 경고하는건데, 오.직. 무관의 직분으로 에리카 곁에 있어줘.”
이랑류엔의 말속에는 다른 의미가 담겨져 있었다.  똑똑한  하람세온은 당연히 은유를 알아 듣었다. 그는 가짢은듯 콧방귀를 내며 일어난다.
“반요의 미래가 어떤지 알면서 뛰어드는 미련한 너와 달라서 말이야. ”
기싸움에서는 절대로 지지 않는 하람세온, 그는 이랑류엔을 눈빛으로 내리까며 대답한다.
“할일 다 했으니 더 이상 날 부르지 마라.”
하람세온은 일어나 터벅터벅 걸어 하늬정을 떠난다.이랑류엔은 침대끝에 앉아 잠든 에리카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며 길게 한숨을 쉰다. 에리카가 곁에 없으면 늘 마음이 조마조마하고 불안한 이랑류엔,  지금 그녀가 곁에 돌아 왔다 한들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자신이 답답하게 느껴지기만 했다.
에리카는 자유의 영혼이고 지혜를와 용기를 가진 아주 특별한 여인이라는 것을 그는 오래전 부터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더 걱정이 심했다. 하람세온은 웬만해선 전쟁터에서 사용하던 요술을 보이지 않는다. 잡귀와 망령들을 쫓아 내기 위해 서호족의 수비들을 불러 올 만큼 큰 요술을 썼으니 그만큼 그도 에리카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는 말이었다. 이랑류엔은 왕위도 하람세온에게 내줄 만큼 속 넓은 자였건만 에리카가 나타난 뒤 모든게 달라졌다. 에리카를 위해서라면, 아니, 에리카를 손안에 넣기 위해서라면 그는 어떤 대가도 치를 준비가 되었있다.
그게 어떤 상황이든...


잠에서 깨어난 에리카, 새벽이었고 하나와 두나는 의자에 앉아 잠들어 졸고 있었다. 테이블에는 시루가 준비 해 놓은 약물이 놓여져 있었다. 에리카는 하나와 두나에게 저고리를 덮어주고 방을 떠난다. 아직은 모두가 잠든 이른 새벽이라 에리카는 조심스레 하늬정의 대문을 열고 닫는다.
“지하 감옥 들어가는데 그정도 입고 돼겠어?”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에 흠칫 놀라는 에리카. 돌아서니 어떤 검은 그림자가 벽을 기대고 서있었다.
“류엔?”
그녀의 부름에 달빛이 비춰지는 곳으로 걸어오는 에리카. 은빛 긴 머리는 여전히 선녀보다 더 아름다웠고 그의 따듯하고 친근한 붉은 두 눈을 바라보며 에리카는 순간 울컥했다. 너무도 많은 일들이 일어났지만 어떻게 어디서 부터 이랑류엔에게 설명해 줘야 할지 모르는 에리카. 그런 에리카의 불그스름한 두 눈을 보며 이랑류엔은 다가와 그가 직접 만든 주홍색 베자를 에리카에게 덮어준다.  이랑류엔의 손길이 느껴질만큼 베자는 따듯했다. 이랑류엔은 에리카에게 녀에게 손을 내민다.
“같이 가자.”
마음속의 고마움은 이젠 말로 표현하기 부족한 그들.이랑류엔의 부름에 에리카는 숨을 고르며 손을 내밀어 이랑류엔의 손을 잡고 함게 지하 감옥으로 향한다.
해가 뜨면 사냥족의 야란수의가 이랑산에 찾아 올것이다.그녀는 두렵지도 않았고 물러설 생각도 없었다.
그저, 심판의 자리에 서기 전에 에리카는 꼭 렉스황을 한번 만나야 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런 에리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랑류엔은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가 함께 떠난다. 든든한 그 손에서 전해져 오는 믿음과 격려에 에리카는 신에게 감사하기만 한다. 혼자가 아니어서.
하지만 그녀는 알지 못한다. 하늬정에 들어서는 작은 골목 뒤편에 또 한 남자가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그가 나설 필요 없는걸 알면서도 하늬정으로 발걸음을 향한 하람세온. 자신을 비웃듯 흥하며 노을 같은 붉은 머리는 다시금 어둠속에 조용히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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