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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기생 (滿洲妓女)
피안   Hit : 33033 , Vote : 332        [2014/08/01]




유순호[재미 조선족 작가]





  하루 저녁 어느 한 파티에서 있었던 일이다. 우리 몇은 춤과 노래를 잊은 채로 연변에서 오신 M선생의 주변에 모여앉아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정신이 팔려 있다보니 누구도 밤이 깊어가는 줄을 모르고 있었다. 그러다 시계가 열두시를 치는 소리를 듣고서야 우리는 깊이 빠져들었던 이야기 속에서 잠깐이나마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누군가는 가볍게 흐느끼기까지 했다.
  “글쎄 이 인구가 무려 3만을 넘지 않는 자그마한 도시 국자가(연길시의 옛 이름)에만도 자그마치 30여 개소에 달하는 기생집이 있지 않았겠습니까! 기생들의 수가 1000명을 내리지 않았다니, 그러니까한 기생집에서 평균 30, 40명씩 되는 기생들을 모아두고 있는 것으로 되지요.
  그 기생들 속에 내가 지금까지도 잊지 못하고 있는 계집애 하나가 있었더란 말입니다. 어느 날부턴가 중국기생들이 많이 몰려드는 ‘강평-상부지’에서도, 그리고 조선계집애들이 몰려들어 몸을 팔고 있는 ‘웃개방지-서시장’의 ‘대동관’이나 아니면 ‘국일관’ 같은 이름난 술집들에서도, 흰 종이에 검은 붓글씨로 또박또박 꼭 같은 내용의 글을 써서 붙여놓지 않았겠습니까.
  “평양숙녀 춘희는 으뜸가는 여자예요! 어서 오세요! 춘희를 모르는 당신의 생활은 생활이 아니에요. 춘희는 주야로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그리고 그 아래에다도 또 보다 작은 글씨로 이렇게 썼습니다.
  “춘희와의 한번 시간은 1시간을 넘지 못합니다. 아래 내의만 벗는데 1원입니다. 옷을 다 벗으면 1원50전입니다!”
  “이 글쎄 무슨 소리란 말입니까! 1원이란 무엇이고 1원50전이란 또 무엇인가요? 그런데 놀랍고 믿겹잖은 것은 이런 글들이 그 외에도 또 여러 곳에 더 붙어있는 그것입니다. 지어는 부르하통하 북쪽의 ‘무묘’와 남쪽의 ‘성덕관음묘’, 그리고 ‘로과수’ 근처의 ‘낭낭묘’들에서까지도 약속이나 한 듯이 빈방을 하나씩 마련해두고 문에다 역시 이와 비슷한 내용의 글들을 써 놓고 일주일에 하루나 또는 이틀씩 한집에서 그 ‘평양숙녀’는 손님 접대를 하고 있었지요.”
  이야기가 다 끝나버린 줄 알았던 우리는 그 ‘평양숙녀’의 이름이 바로 춘희라고 하는 바람에 깜짝 놀랐고 다시금 정신을 도사리게 되었다.


1

  ‘꼬리’계집애 춘희가 구경 싼허푸의 딸인지, 조칸지 아니면 첩인지, 몸종인지, 또 아니면 머슴인지, 무엇인지 자세하게 아는 사람이 없다. 그리도 매서운 칼날 같은 불바람이 호되게 몰아치는 어느 밤에 춘희는 싼허푸를 따라 뒤주 속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마적단은 나자구 경찰서에 불을 질렀다. 불길은 경찰서와 가까운 위치에 똬리를 틀고 앉았던 싼허푸의 기와집에까지 뻗쳐 왔다.
  이때 뒤주 속은 끓는 가마 속의 시루나 다름없었다. 발가벗은 싼허푸의 마른 가슴과 옆구리와 다리에서 땀이 물처럼 흐르고 있었고 그 맞은편에 얼굴을 외면하고 앉은 춘희의 치마저고리도 언녕 흠뻑 젖어들었다. 싼허푸가 발가벗자 겨우 만 열네 살 되는 계집애의 어수룩한 얼굴에도 잔뜩 긴장한 빛이 어려들었다.
  “이리 오나라, 춘희야.”
  싼허푸가 그녀를 불렀다.
  춘희는 조금 엉덩이를 움직였다가 놓고 얼굴은 그냥 외로 돌린 채로 오른 손을 들어 저고리 앞섶을 움켜쥐었다.
  “아, 아저씨, 왜세요?”
  “너는 뜨겁지 않으냐?”
  “네, 아니…… 뜨거워요.”
  “그러면 너도 치마랑 벗고 있을 것이지 무슨 부끄러워할 것이 있단 말이냐?”
  춘희는 흘깃 눈길을 돌려 싼허푸가 손에 꽉 움켜쥐고 있는 옷뭉치를 내려다보았다. 그 옷뭉치 속에다가 아편과 금괴를 감춘 싼허푸는 설사 죽게 되더라도 그것만은 그대로 꼭 껴안고서 불에 타죽으려는 모양이다. 이때 뒤주 밖에서 탁탁 터지고 넘어가는 소리가 뜸해지고 불길도 좀 스러지는 듯했다.
  “이리 오나라, 춘희야.”
  싼허푸가 또 한번 부르며 이번에는 손을 내밀어서 춘희를 끄잡아당겼다. 비좁은 뒤주 속이라 피할 데도 없이 그대로 싼허푸의 가슴팍에 안겨버린 춘희는 두 눈을 꼭 감은채로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나, 나가겠어요.”
  “이년아, 계집애들만 눈에 띄면 마적들이 어찌한다는 것을 너도 잘 알면서 그러냐?”
  우는지 웃는지 마른 얼굴을 씰룩거리며 싼허푸는 잠시 옷뭉치를 놓고 춘희의 저고리를 열고 있었다.
  “이제는 정말 컸구나. 너의 나이가 열 몇 살이지?”
  “잘 모르겠어요.”
  “그새 네가 다 큰 줄을 몰랐구나. 반년쯤 더 기다려서 맹영장이 너를 데려가겠다고 약속까지 했었단다. 그렇지만 맹영장이 저렇게 무능할 줄을 내가 미처 몰랐다.”
  이 싸움은 라자구로 들어가는 입구의 태평령 구릉등선에서부터 시작되어 맹영장의 부대는 서삼도하자에서 삼도하자로 쫓기고 또 삼도하자에서 마침내는 라자구진으로 쫓겨들어오기 시작했다.
  춘희를 품에 안고 싼허푸는 연신 탄식하여 마지않았다. 밖에서는 우지직, 우지끈하고 헛간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인지 아니면 뉘집 서까래 허물어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싼허푸의 눈에서는 눈물이 볼로 턱으로 흘러 춘희의 머리와 손등에까지 뚝뚝 떨어져내렸다.
  그리고 어데서 피유-땅! 땅! 피유, 피유하고 귀뿌리를 찢는 아츠스러운 총소리가 울려갈 때마다 저고리 속에 밀어 넣은 싼허푸의 기다란 손가락들은 갈고리마냥 춘희의 여린 가슴살을 자꾸만 죄여가고 있었다.
  춘희는 꼼짝 못하고 그냥 안긴 채로다. 싼허푸의 손이 가슴을 떠나 옆구리 있는 데까지 더듬어 내려갔을 때야 춘희는 한껏 몸을 움츠러뜨리며 불안스럽게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춘희의 발목을 잡은 싼허푸의 손이 종아리로부터 차츰 올리밀고 들어왔다. 손끝이 넙적다리 있는 데까지 밀고 올라왔을 때에 갑자기 싼허푸의 손목을 잡으며 머리를 쳐드는 춘희의 얼굴에는 영문모를 표정이 어렸다. 빤히 쳐다보는 춘희에게 싼허푸가 한마디 했다.
  “이 죽여 버릴 년아, 그런 수상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지 않는 것이 어때? 그래도 좀 있으면 재미는 날께야.”
  “아저씨…… 어마나, 봉이야!”
  겁에 질린 계집애는 마침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계집애가 부르는 봉이란, 별명이 ‘침흘리개’인 태평구에서 이사나온 돼지몰이 녀석이다. 어디를 뜯어보나 채 자라지 못한 사람처럼 입을 다물지 못하고 사는 그는 역시 계집애처럼 아비도, 엄마도 없고 형제도 없는 고아다. 거기에다가 땅 반 뙈기라도 있나, 집 한 칸이라도 있나, 마냥 손에 들고 다니는 돼지몰이채찍 그것 하나뿐인데 그것이 무슨 큰 재산인 것처럼 꼬나들고 라자구 거리를 쏘다니면서,
  “난 싼장궤네 집의 ‘꼬리’계집애 추운-지한테 장가들게 될 거라우.”
  이렇게 만나는 사람들마다에게 대고 시룽댔지만 정작 계집애를 만나면 숫제 도적놈 상을 하고 흘끔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나중에 싼허푸의 귀에까지 소문이 든 것은 바로 마적단의 난리가 있기 이틀 전에 있었던 일이었다. 바로 이 일 때문에 싼허푸가 휘둘러 치는 불갈구리에 호되게 얻어맞은 봉이 녀석은 삯전 한 푼도 받지 못한 채로 싼허푸네 집에서 쫓겨나고 말았던 것이다.


2

  싼허푸는 치맛자락 밑으로 손을 밀어 넣더니 곧 계집애의 속곳을 벗겨 냈다. 이때 뒤주 속은 차츰 차가워 갔다. 어데서 뛰어 들어온 살찐 쥐 한마리가 불에 털이 그슬려 노린내를 풍기며 어둡고 침침한 뒤주 속을 갈팡질팡했다. 아무리 뛰어보아야 몸을 숨길 곳이 없어 야단이다. 왼팔을 춘희의 목덜미 밑에 깔아주고 그 위에 엎드린 채로 쥐를 노려보는 싼허푸의 콧수염이 쉴 사이 없이 쫑긋거렸다. 싼허푸의 오른손은 잽싸게 그 쥐를 잡아 쥐었다. 쥐가 손가락을 물어뜯으려고 하자 싼허푸는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쥐는 좀 용을 쓰는 것 같았으나 종당에는 숨이 막혀 죽어버리고 말았다. 그 쥐의 입과 밑구멍에서 내밴 핏물에 젖은 수수쌀 몇 알을 주어 입에 깨물고 싼허푸는 혼자 뒤주 속에서 기어 나왔다. 순간 싼허푸는 스산한 연기와 재티만 휩쓸어 다닐 뿐 인적이라곤 없는 마을 전경에 아연해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진 거리에서 제일 으리으리하던 경찰서도 다 없어졌다. 십몇 년 동안의 호떡장수로 벌어서 모으고 지었던 기와집도 무엇에 의지하고 있는지 용마루 하나만 허공에 걸려 불타고 있을 뿐이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끌려갔는지 보이지 않고 다만 구새통이 마지막으로 타고 있는 어느 길가집 근처까지 비틀거리고 오니 낑낑하고 죽어가는 강아지의 앓음 소리가 들려온다. 한참 있으니까 절반나마 털을 그슬린 강아지 한마리가 그 집 마당에서부터 절뚝거리며 뛰어나오는데 그 뒤에서 불방망이를 든 마적 하나가 흰 보퉁이를 안고 넘어진 늙은 여인의 머리를 사정없이 냅다 두들기고 있는 것이 안겨들었다. 여인이 보퉁이를 빼앗기고 났을 때에 싼허푸는 후닥닥 놀랐다.
  “아니, 내 금괴!”
  아편과 금괴를 그대로 춘희에게 맡겨 두고 나왔던 싼허푸는 급기야 몸을 돌쳐 뒤주를 바라고 허둥지둥 뛰어갔으나 이때는 이미 어디가 어딘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어림짐작하고 한 용마루를 향해 달려가는데 그것이 와지끈하는 소리와 함께 쾅 내려앉는 바람에 싼허푸는 기절초풍하도록 놀랐다.
  개털외투를 뒤집어쓰고 꼭 멧돼지 꼴을 한 마적 세 놈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동네 한복판을 가로질러 뉘집의 뒤주를 바라고 달려가는 것이 또 눈에 띄었다. 그것이 뉘집이 아니고 바로 자기의 집 뒤주인 것을 알아보았을 때 싼허푸는 비명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이놈들아, 거기는 못 간다!”
  그러자 세 놈 마적은 주춤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더니 피를 본 짐승처럼 다시 싼허푸를 바라고 달려왔다. 싼허푸도 두 눈에 쌍불을 켜고 달려들었다.
  “거기는 못 간다, 이놈들아! 다치지 말아!”
  그렇지만 앞서 온 마적이 단 한번 휘두르는 칼에 팔을 찍힌 싼허푸는 비명과 함께 꼬꾸라지고 말았다.


3

  아, 봄이라지만 밤은 아직도 춥다. 매운바람이 칼날같이 불어오고 빗물이 이엉 새로 뚝뚝 떨어져 내리는 이 밤을 곰삭은 이엉 밑에 서서 불안한 눈길로 두리번거리고 있는 계집애의 몸은 빗물에 젖어 물병아리같이 되었다. 이때 바람에 얻어맞아 두 기둥 사이에 달아맸던 마대천이 종당에는 떨어져 멀리로 서산 기슭을 향해 날아가 버린다.
  거기에서는 이름을 알 수 없는 오만가지 잡 짐승들의 부르짖음 소린지, 울부짖음 소린지, 아니면 아우성 소린지가 어렴풋이 들려오고 있는 것이다.
  싼허푸는 술에 취해 쓰러져 있었다. 거리에 나가 잔뜩 외상술을 마신 이 호떡장수는 하나 남은 왼손에 불갈고리를 주어들고 오후나절 잿더미 속을 뒤적거렸다. 겨우 찾아냈다는 호떡가마도 깨여지고 더는 쓸 수 없이 되었다. 그것을 내려다보며 싼허푸는 울음을 터뜨렸다.
  “어이구, 인제는 정말 다 해먹었구나, 끝장이야, 끝장! 진짜 끝장이 난거야! 내가 어이 이 모양으로 되었노? 내가 너만 아니었더라도 이 지경으로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싼허푸는 넋두리를 하던 중에 춘희를 돌아보았다. “그러니 이대로 물러앉고만 있을 수는 없지, 이 ‘꼬리’야, 나하고 같이 가자꾸나.”
  바로 이날 저녁 무렵에 바람은 멎는가 싶더니 뒤미처 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후둑후둑 떨어지는 빗방울이 마지막 한 점의 불꽃을 죽여 갈 때 라자구에 들어온 일본군은 서산 기슭에다가 철조망을 늘였다. 싼허푸는 춘희를 맹영장의 집에 데리고 가서 서산 기슭의 밭을 찾으려고 하였다. 이 맹영장은 더럽고도 탐욕스러운 구동북군의 군인으로서 ‘1년 농사를 지어 3년을 먹고 살 수 있다’는 비옥한 라자구골 안에 자리를 틀고 앉아 이 지방의 수줍은 색시며 예쁜 처녀들을 모조리 거느려 보았노라 으스대고 뽐내는 자다. 얼굴이 탱자 껍질같이 두툴두툴한 맹영장은 왼손으로 옆구리에 찬 칼자루를 잡고 오른 손으로는 팔자수염을 다듬으면서 한참 춘희의 얼굴을 여겨보고 있었다. 그 곁에서 싼허푸가 조심스럽게 말을 시작하였다.
  “보다시피 저는 인제는 폐인이나 다름없이 됐습니다. 호떡도 구울 수가 없습니다. 그저 영장어른께서 그 서산포 밑의 밭만 찾아 주시면 저는 거기서 나는 쌀을 가지고 살아가겠습니다.”
  “그런데 일본 사람들은 거기에다가 포대만 앉히려는 것이 아니고 장차는 ‘진쟈’라는 것도 짓는다고 하니 난들 별 수가 있겠소.”
  아무리 떼를 써보아도 밭을 찾을 희망이 없자 이번에 싼허푸는 계집애의 몸값이라도 얼마쯤 받아내려고 하였다. 그러자,
  “나인 어리겠지만 크기는 제법 잘 컸는걸.”
  맹영장이 빙그레 웃어 보였다.
  “네, 얼마나 살집니까!”
  “허벅지 힘도 그만하면 괜찮을 같겠고…….”
  “암, 여부 있나요.” 싼허푸는 연신 머리를 끄떡이며 말을 받고 동을 달았다.
  “그리고 여기도 꽤나 크지요?”
  싼허푸가 마른 자기 앙가슴을 만져 보이는데,
  “엉뎅이도 고와.”
  하며 맹영장은 껄껄 소리 내여 웃어댔다. 그렇지만 조금 있다가 안방에서 나오는 맹영장은 볼을 씰룩거리며 싼허푸에게 침을 탁 내뱉었다.
  “그렇지만 이 호떡장수 놈아, 네가 나를 뭐로 아느냐? 실컷 파먹고 나머지 찌꺼기를 나한테 바쳤던 것이 아니냐? 에잇, 괘씸한 놈, 육시해버릴 놈!”
  이에 싼허푸는 맹영장의 다리에 매달리며 외치다시피 애원했다.
  “영장어른, 밭은 관두고 이 애 몸값이라도 얼마쯤이라도 쳐주시우. 아무러키로 백오십 원이야 못 가겠습니까?”
  “이눔아, 단 돈 1원5십전도 나는 싫다!” 이러며 맹영장은 구둣발로 싼허푸의 파렴치한 상통을 걷어찼다.
  “칼로 대가리를 짜개놓기 전에 당장 물러가거라, 그리고 이 추잡한 것도 어서 데리고 가란 말이다!”
  나중에 1원5십전은커녕 단 돈 1전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쫓겨 나왔다. 얻어맞아 얼떨떨해진 싼허푸는 밖을 나와서 피섞인 거품을 배여물며 뉘게라 없이 욕설을 퍼부어 댔다.
  “퉤, 더러운 놈아, 마적들한테는 꼼짝도 못하는 겁쟁이 같은 녀석이 나를 욕했지? 그래, 좋다. 너는 나를 때리기까지 했다. 내가 누군지도 땍땍하게 모르고 맹가야, 아느냐? 조선에 나가면 나를 모르는 사람이 없단다. ‘비단장수 왕서방, 호떡장수 선서방’이라는 얘기도 모르는 촌놈, 도리도 없고, 예절도 없는 생날치기가 바로 너란다. 어이구, 내가 그 좋던 평양은 어이 떠났던고? 무슨 놈의 ‘만보산사건’이 이 호떡장수하고 관계있다고 나를 내쫓는단 말이냐? 개자식들아, 후레자식들아, 이 싼허푸가 그저 이대로 물러앉을 상 싶으냐? 다 저 죽일 ‘꼬리’계집애, 너 때문에 나는 천원도 넘겨받을 아편과 금괴를 빼앗겼다. 분하구나.”
  싼허푸는 길 한복판에 멈춰 서서 머리를 수굿한 채로 가만 뒤를 따라오는 춘희를 기다렸다가 와락 달려들어 그녀의 머리채를 잡아 비틀었다.
  “이 1원5십전도 못 가는 ‘꼬리’계집애, 너를 잡아 튀겨서 고기로 판들 내 손해를 배상할 수는 없을 것이야!”
  그렇게 때리고 구박하고 욕설을 퍼붓고 하건 말건 춘희는 대꾸 한마디 없이 머리만 푹 떨어뜨리고 서 있었다. 춘희는 싼허푸를 따라 불타 버린 집 자리로 돌아왔다. 넘어진 채로 있는 엔담 토피를 헐어다가 기둥 네 개를 쌓고 그 위에다는 뒤주에서 뜯어낸 이영을 억지로 올리고 집 모양을 내였다. 그리고 기둥 사이에다는 헌 마대쪼가리를 주어다가 아직도 무척 차가운 바람을 막아 보려고 하였지만 그것은 다 쓸데없는 노릇이었다. 너무 추워 그녀는 두 팔을 꼭 껴안고 후둘후둘 떨며 거리로 나와 불빛을 바라고 걸어갔다.
  그 불빛의 주인은 한 일본인 홀아비다. 주물상점을 차려 놓은 그는 손님이 별로 없을 때는 혼자 뒤뜰에 나앉아서 콕스불을 피워 놓고 호미며, 칼이며, 도끼, 보습 같은 농쟁기들을 직접 자기 손으로 하나 둘씩 만들어 내기도 한다. 농민들은 모두 그를 알고 있었으며 또 그를 좋아하였다. 한데 싼허푸만은 한번도 그에게로 놀러가 본적이 없는 터다.
  그 홀아비가 자기가 호떡가마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장담했을 때 싼허푸는 콧방귀를 낀 일이 있었다.
  자기를 비웃는 이 호떡장사를 깜짝 놀라게 하려고 일본 홀아비는 정말 자기 집 마당 한가운데다 모형을 만들어 놓고 며칠째 역사를 벌리가더니 끝내는 호떡가마를 구워냈다. 이 홀아비도 역시 맹영장과 별반 다름없는 호색한이었으니 돈 꽤나 있었고 좀 곱게 생긴 여자라면 오금을 못 썼다. 그는 짓을 부리고 난 뒤에 꼭 여자의 부모에게 좋은 농쟁기 한두 개씩 선사하기 때문에 라자구에서 어지간히 이름도 날렸다. 홀아비는 얼어서 덜덜 떠는 춘희를 안아다가 고다쯔(일본식취난장치) 위에 눕혀 놓았다. 홀아비는 처음 손을 대며 이 철없는 계집애가 놀라 새 된 소리라도 지르지 않을까, 또는 발딱 뛰어 일어나서 도망가지라도 않을까 하고 잔걱정도 없지 않았지만 모든 것이 생각 밖으로 온순하게 진행되었다. 이왕에 홀아비가 많이 지내
본 라자구의 여자들은 거개가 조선에서 나온 이주민 집의 아녀자들이 많다. 깨끗하고 순진하고 수줍고 부끄럼을 잘 타는 게 특징이다.
  높은 값으로 그네들을 사오기도 하고 얼려 오기도 해서 손을 대자고 보면 모두 새된 소리를 지르면서 달아나려고 한다. 막 거기에 손을 대어갈 때면 이를 악물고 낯을 부둥켜 쥐고 허벼놓고 목갈린 소리로 고함을 치고 후회를 한다. 그럴 때면 홀아비는 그네들의 손목을 덥석 틀어쥐고 팔을 비틀어 꼼짝 못하게 만들어놓은 채로 귀뺨을 한 대 후려갈겨서 더는 반항하지 못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그래도 계속 모질음으로 반항해오면 아주 들어다가 한바퀴 비행기를 태워주고 고다쯔 위에 내던지면 열에 여덟은 다 정신을 잃고 사지를 쭉 늘어뜨린다. 그때 달려들어서 풀 뽑듯이 그네들의 치마며 저고리를 와락와락 찢어 대는 재미가 정작 그 짓거리의 쾌감을 훨씬 능가한다. 그렇지만 이 밤에 자기 절로 찾아든 계집애는 자기에게 차려진 숙명을 감지라도 하고 있듯이 말없이 누워서 눈을 감고 벗겨주는 대로 팔을 빼내기도 하고 엉덩이를 살짝 들어주기도 하였다. 짓을 마치고 나서 홀아비는 야릇한 눈길로 내려다보았다.
  “쬐고만 계집애, 처음이 아니였구나!” 홀아비는 그 까닭을 알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얼마를 달래냐?”
  “솜옷이 있으면 주세요. 추워 죽을 것만 같아요. 배도 고파요. 아무거나 주세요.”
  그 홀아비는 난로를 들어다가 춘희의 곁에 놓아주었다. 난로에서는 숯불덩이가 이글거리였다. 재난으로 가득 찬 천지 한 귀퉁이가 잠깐 반짝이고 밝아지는 듯했다.
  “1원 5십전은 줄께.”
  “고마워요. 아저씨.”
  나중에 누구도 사가지 않는 호떡가마까지 하나 더 얻어가지고 춘희는 싼허푸에게로 돌아왔다. 그렇지만 그 호떡가마로는 아무 것도 구워낼 수가 없다는 것을 아는 싼허푸는 분해서 펄펄 뛰었다. 그는 그 가마를 내던지고 쫓아가서 보아란듯이 발로 짓밟아놓으며 춘희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너는 이 아저씨 허락도 없이 몰래 나가서 이런 쓸데라고 없는 쇠붙이를 바꿔왔구나.”
  “돈도 받았어요.”
  춘희는 말하면서 고스란히 1원5십전을 내놓았다. 싼허푸는 탄식해맞이 않았다. 깍쟁이 일본 홀아비라고 한바탕 욕설을 퍼붓고 나더니 다시 머리를 설레설레 저으며 후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야, 그래도 ‘날치기 도둑놈’ 같은 맹가보다는 썩 낳아. 이게 글쎄 무슨 놈의 박정한 세상이람? 숫처녀 애의 값이 1원5십전이라니.”
  “저를 처음이 아니랬어요.”하고 춘희가 한마디 대꾸했다.
  “요년아, 고것은 무슨 소리란 말이냐. 그렇지만 1원5십전이라도 괜찮다. 그것이면 국자가나 훈춘 같은 곳의 기생방들에서는 그래도 3등 표준에는 간단다.”
  이때로부터 나자구 거리의 남정네들이 1원5십전만 들고 오면 곧 춘희를 가지고 놀 수 있었다.





  이듬해 여름이 되자 싼허푸는 그간 모은 돈으로 여나문개의 봇짐들을 마련해서 광주리에 담아 멜채의 양편에 달아매고 춘희를 데리고 나자구벌판 서산 밑으로 동파하는 삼도하를 따라 길을 떠났다.
  그간 나자구의 남성들은 춘희를 실컷 가지고 놀았다. 싼허푸는 춘희의 얼굴에 검댕이를 발라주고 남장을 시켰다. 사면이 달구지길 한 갈래 없는 험준한 산악들로 첩첩이 둘러쌓인 데다가 그 수풀 속에는 지금 공산당유격대가 와서 자리를 틀고 앉아있다는 소문들이 파다했다. 공산당에 대한 소문은 오래전부터 나자구거리에서 떠돌았다. 맹영장의 사람들이 돌아다니면서 공산당은 남자, 여자의 구별이 따로 없이 잠도 한 이불 밑에서 같이 자며 여자에게 값을 치르는 법이라는 것을 모르는 마적 중에 상마적이라고 소문냈다. 겁에 잔뜩 질린 싼허푸는 벌써 여러 날 전부터 라자구를 떠난다고 잡도리를 했다. 이번에 라자구를 바라고 몰려드는 공산당유격대는 훈춘에서도 오고, 동녕에서도 오고, 또 봄에 이미 한번 왔다갔던 마적들까지도 그들과 합류해서 같이 몰려들고 있다는 것이었다. 일본군은 서산 기슭으로부터 남산 밑의 수분하상류까지 박격포진을 쳐놓았고 맹영장의 부대는 길목마다에 경비 초소를 만들었다. 그들은 꼭 드나들어야 하는 사람들에게 통행증을 발급하였다. 라자구를 떠나려고 마음먹은 날 밤에 춘희는 일본 홀아비를 찾아가서 이틀 밤을 같이 지내주기로 하고 통행증을 얻어냈다. 이 통행증을 가지고 싼허푸와 춘희는 라자구거리를 빠져나왔다. 이제 춘희, 그녀는 어떤 남자들에게서 어떤 습격을 받아도 본능적인 자위라는 것을 거의 모르게 되었다. 남자들에게서 하다못해 지푸라기 하나라도 받을 수가 있을 경우에는 고분고분 순종하였다.
  그 홀아비는 길에 나와 기다리고 있다가 지껄였다.
  “여보, 싼장궤, 태평령을 넘다가 공산마적들한테 잡히는 날이면 더 큰일이 날걸.”
싼허푸는 앞에 짙은 안개 속에 잠긴 산골짜기를 바라보았다. 그 안에 인가가 있는 듯 멀리 개 짖는 소리와 닭 우는 소리도 들려왔다. 저런 골짜기 마을 두 곳을 지나 계속 30여 리를 더 나가면 비로소 태평령에 이르게 된다.
  “저기가 어디에요? 아저씨.”
  “안개가 덮여 잘 모르겠구나, 아마 삼도하자 아니면 사도하자겠지.”
  “혹시 마적들이 지키고 있지는 않을까요?”
  “나는 다만 공산당을 만날까봐 무섭단다.”
  아직 삼도하자나 사도하자에는 공산당이나, 마적이나 들어와서 묵고 있는 무장부대가 없었다. 그렇지만 이미 가까운 주변산에 와서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집집마다 쌀과 여자들을 모조리 숨겨 놓았으므로 마을에는 온통 남정들만 눈에 띄고 있었다. 좀 위험한 노릇이기는 하지만 싼허푸는 다만 하루 나절이라도 묵어가기로 작정하였다.
  싼허푸와 춘희는 마을 입구의 한 낡은 집을 빌어들었다. 그 집의 주인은 나이 일흔을 넘긴 노인이지만 젊었을 때에 목재판을 다니면서 산송충 너덧 자루를 주어먹고 지금도 여자만 곁에 오면 바로 사타구니에서 불끈거리고 기별이 일어나 단숨에 너덧도 다스려낼 수가 있다고 호언장담하지만 정작 집을 빌려준 값으로 춘희의 몸 위에 한번 기어올랐다가 내릴 때는 코피까지 터졌다. 그 영감과 일을 마치고나서 춘희는 따뜻한 가마목에 옷보자기를 베고 누워 소르르 잠에 들고 싼허푸는 남정네들을 구하러 혼자 마을로 들어갔다. 그러다가 춘희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주인영감네가 피 흐르는 콧구멍에 솜을 비틀어 막고서 다시 그녀에게로 기어올라오고 있었다.
  그날 오전엔 손님을 하나도 구해 오지 못한 싼허푸가 키낮은 이엉 밑에서 주인영감네와 다투고 있었다. 싼허푸는 손가락 두개를 내여 보이며 붉으락푸르락했다.
  “내가 다 봤소. 당신은 두 번했소.”
  싼허푸가 따지고 들었다. 주인영감네는 고집스럽게 손가락 하나를 내대며,
  “당신이 고함지르는 바람에 두 번째는 제대로 못했다니까.”
  “어쨌든 한 것이요.”
  “못했소.”
  “원, 영감은 내가 돈을 내라 할까봐 무서워서 그러는 같은데, 두말말고 점심이니 한때 끓여주시우.”
  “내가 혼자 먹고살기도 어려운데 쌀이 어데 있단 말이요.”
  “아니, ‘미운 사람 와도 기장밥을 해주는 게 라자구 인심’ 아니고 뭡니까! 황차 당신은 일전 한 푼 내지 않고도 벌써 두 번이나 했단말이요.”
  싼허푸는 점심 한 끼나마 얻어내기 위해 주인영감네에게 매달려보아야 부질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 당신은 정말 아무것도 내지 않을 작정이요?”
  하고 싼허푸가 마지막으로 따지고 들었다.
  “전병을 두 개 굽겠소.”
  나중에 전병 두개에다가 주인영감네는 자기가 직접 마을에 들어가서 남정들을 불러다 주겠노라고 답복했다. 싼허푸는 마음속에 은근히 기뻐하면서도 마지못해 동의하는 빛을 지어 보이며 주인영감네에게 말하였다.
  “우리 애 최저값이 한번에 1원5십전이란 말이요. 영감은 두 번을 했으니까 3원이 아니겠소. 그 돈이면 우리를 한 달 동안이라도 그저 재워 주고 먹여 줘야 한단 말이요.”
  “저 냄비 안에 밀가루가 좀 있소. 전병 두개는 넉넉하오. 그리고 옆의 보시기에 있는 게 기름이요. 아껴 쓰우.”
  춘희는 가마목에 앉아서 싼허푸를 도와 밀가루를 반죽하였다. 그녀가 반죽을 마치자 싼허푸는 젓가락에 감자를 꽂아서 공기 안에 겨우 한 꺼풀 들러붙어있는 돼지기름을 찍어냈다. 싼허푸가 눈 깜짝할 사이에 전병 세 개를 구워서 한 개는 보자기 속에 감추고 나머지 둘은 하나씩 나눠먹었다.
  주인영감네는 마을에 장가들지 못한 총각 너덧과 홀아비 하나를 데리고 성수나서 달려나왔다. 그렇지만 정작 돈을 낼 수 있는 총각 둘 외에는 모두가 잔뜩 호기심만 가지고 따라왔던 것이다. 그런데 목재판에서 돈을 벌었다는 덩치 큰 두 놈은 한번 값이 1원5십전이라니 두 눈이 휘둥그레져서 서로 마주보며 이죽거렸다.
  “목재판 밥집 아줌마는 2십전만 내도 아무 때고 해주지 않았나. 너무 비싸구나.”
  “아따, 그 할망구하고 어떻게 이 새파란 계집애를 비긴단 말인가.”
  주인영감네가 옆에서 싼허푸를 도와 말했다.
  “5십전이면 안되겠소?”
  “2십전만 낮춰 주겠소.”
  “이럽시다. 5십전만 낮추십시오. 그러면 저희들이 하지요.”
  싼허푸는 흥정을 마치자 곧 안에 대고 소리쳤다.
  “춘아, 손님 받아라.”
  두 총각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춘희에게로 들어가고 마당에 나앉은 싼허푸와 주인영감네가 주고받았다.
  “계집애 이름이 뭐요?”
  “춘희라우.”
  “딸인가요?”
  “난 저 계집애 때문에 이 팔까지 잘리고 숱한 재물을 잃었다우. 집을 태우고 밭을 다 빼앗긴 것은 더 말고라도 큰 아편덩이하고 황금을 잃었지요. 그것만이라도 천원을 훨씬 넘는 돈이었지요.”
  그때 마당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 속에서 한 나그네가 호주머니를 뒤져서 호박씨 한줌을 꺼내 싼허푸와 주인영감네에게 좀씩 갈라주고 같이 까며 말밥에 끼어들었다.
  “얼굴을 보니 ‘꼬리’계집 같은데요.”
  “그는 내 딸이라니까요.”
  “영감님, 쌀을 받지는 않겠습니까?”
  “얼마를 주겠소?” 싼허푸가 물었다.
  “한 되면 어떻겠습니까?” 그 나그네가 다시 말하였다.
  “한 되가지고 어림도 없소. 석 되는 줘야하우.”
  “두 되를 내지요.”
  나그네는 손에 얼마 남지 않은 호박씨를 털어 던지고 일어나서 쌀을 가지러 뛰어갔다.
  “백미여야 하우.” 싼허푸가 그 뒤에 대고 소리쳤다.
  이미 앞에 들어간 총각에게서 1원씩 받기로 했으므로 싼허푸는 쌀 석 되까지는 받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라자구의 백미 한 되 값이 북만주 시장 가계로 다른 농촌의 백미보다 5~10전 정도 더 높아 50전씩하니까 두 되면 역시 1원은 되는 셈이다. 싼허푸는 마당에 늘어선 사람이 많아지자 아주 마당 대문 밖에 나와 걸상을 놓고 앉아서 흐뭇한 심정으로 손님들을 살펴보았다. 처음에 싼허푸는 꼭 1원 하나는 받아 냈다. 첫날 하루는 단 돈 10전이나 또는 눈짐작에 너덧 홉 모자라 보이는 쌀되도 거절하였으나 그 이튿날부터는 찾아드는 사람이 줄어들자 값이 대뜸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돈을 갖고 오는 사람은 거의 없고 모두가 쌀 아니면 산닭이나 오리, 거위 따위도 잡아 묶어서 들고 왔다.
  여러 날 지나자 싼허푸의 수중에는 많은 돈과 쌀이 있게 되었다. 이제는 주인영감네가 대신 싼허푸에게서 집세를 받아 내려고 들었다. 싼허푸는 벌어들인 쌀을 멜 채에 지고 다닐 수 있을 만큼 남겨두고 나머지는 다시 마을 사람들에게다가 좀 눅은 값으로 되팔아버렸다. 그의 광주리에는 솜옷이며, 신발이며, 삿자리며, 냄비며, 보시기따위 없는 것이라고 없었다.
  주인영감네가 떠나는 싼허푸와 춘희의 앞을 가로막고 사정이라도 하듯이 손을 내밀었다.
  “다문 얼마라도 주시우.”
  싼허푸는 눈을 흘겼다.
  “이런 늙다리두상아, 그새 너덧 번씩이나 공짜로 더 하고도 무슨 염치로 나한테서 돈을 받아내려는 게냐. 썩 비키지 못할까?”
  그간 싼허푸의 새로운 생업은 그런대로 잘 풀려 간 셈이다. 마적들에게 당한 그날부터 어언 17개월이란 시간이 지나갔다. 태평령을 넘으며 싼허푸는 춘희를 보고 말하였다.
  “제발 난리만 없고 일이 계속 이대로 되어간다면 얼마나 좋겠니. 사도하자에서 모은 돈만 2백 원하고 40원이 되었다. 이렇게만 벌었으면 백초구나 국자가까지 가는 사이에만도 천 원을 모을 수는 있을게다. 그러면 다시야 라자구 같은 ‘떡밥’골에 와서 살고 있겠냐.”
  머리에 쌀 주머니를 이고 등에 둘둘 감은 삿자리를 지고 싼허푸의 뒤를 따라가는 춘희는 무덥고 지쳐 싼허푸의 계산에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러나 춘희는 가까스로 울음을 삼키였다.
  “좀 쉬였다가 가요.”
  “여기가 어데라고 멈춘단 말이냐, 공산당이 나오겠다.”
  “전 온몸이 다 아파요.”
  “너는 지친 게다.”
  싼허푸는 한번 뒤를 돌아보았다. 춘희는 확확 풍기는 열기 때문에선지 온 얼굴에 땀을 흘리며 눈에서는 또 눈물이 탐방탐방 비 오듯이 쏟아져 내렸다. 싼허푸가 다시 뒤를 돌아보았을 때 계집애는 벌써 눈을 감은 채로 졸면서 따라오고 있었다.




  38식 보총에다가 정량 100발씩 하는 탄띠 세 개를 허리에 하나 두르고 양어깨에 또 하나씩 두개를 가위다리 모양으로 해서 멘 경호병 둘을 좌우 양편에 하나씩 데리고 앞에서 키다리 하나가 척척 걸어오고 그 뒤에 방금 잡은 듯한 통돼지 몇 마리를 밀차에 싣고 오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휘파람을 불며 바람같이 나타나자 마을사람들은 모두 놀라서 도망갔고 거리 양옆의 가게들에서도 부랴부랴 문들을 걷어 닫았다. 그 시절에 라자구와 가까운 북만주의 산간마을들에 있어서 총을 멘 사람의 그림자는 오로지 불행과 재난을 가져다주는 존재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인솔자격인 키다리는 조선인 유격대장이었다. 산속에서 갖은 풍상고초를 다 겪은 모양으로 머리와 수염이 텁수룩했고 두 눈은 우묵하게 패여 들어갔지만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그의 궁둥이에는 또 하나 바싹 붙어 따라다니는 어린 부하가 있었다. 나이라야 기껏 열대여섯 살밖에 안되어 보이는 소년전령병이었다. 어쩌다가 구경을
나온 구국군병사들이 저들끼리 주고받는 말소리가 이 조선인 유격대장의 주의를 일으켰다. 어느 여관 앞을 지날 때 거기에 몰려있는 사람들도 역시 구국군병사들이 태반수인 것을 보자 조선인 유격대장은 조선말로 어린 부하에게 물었다.
  “봉이 동무, 아까 ‘되눔’ 애들이 ‘꼬리’계집애 어쩐다고 하는 소리는 동무도 들었지?”
  “네, 들었습니다.”
  봉이라 불린 소년은 부리나케 뛰어가서 정찰하고 돌아오더니 제법 유식한 말로 대답했다.
  “어떤 여자가 몸을 판대요. 기생 말입니다.”
  “걔들이 그 계집애를 ‘꼬리’라고 하지 않았던가?”
  “네, 그랬습니다.”
  조선인 유격대장은 측근자 한둘과 함께 이 지방 주둔군의 우두머리가 보낸 사람의 안내하에 한 부잣집에 가서 행장을 풀고 볼일을 보고 있었다. 작은 거리에는 구국군뿐만 아니라 마적들도 몰려들어 바글바글 끓고 있었다. 이날은 또 조선인 유격대가 들어와서 근처의 부락들에 흩어져 들어갔다.
  이때 소년은 대장의 부탁 몇 가지를 맡아가지고 부리나케 부락으로 뛰어가서 같이 왔던 사람들에게 전달할 것은 전달하고 돌아올 때는 거리에 들려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늑장을 쳤다. 대장은 구국군의 우두머리가 술상을 차려놓고 청해가서 늦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빈방에 드러누워 멀거니 천장만 쳐다보고 있던 소년은 마당에 걸상을 놓고 앉아 부채질을 하고 있는 부잣집 주인에게 물었다.
  “아저씨, 좀 물어볼 말이 있습니다. 저기 뒷골목에서 그것 한번하는데 값이 얼마래요?”
  “꼬리계집애 말이냐, 1원이라는구나.”
  그날 밤 크게 취한 대장이 정신없이 자고 있을 때 소년은 주둔군의 우두머리에게 가져다주기로 한 돼지고기 일여덟 근을 몰래 훔쳐냈다. 그것을 부잣집 주인이 헐값으로 사버렸다. 돈을 쥐자 소년은 창문으로 기어 나와 뒷담을 뛰어넘어 감쪽같이 싼허푸와 춘희가 투숙하고 있는 이 진거리의 한 작은 여관 앞에 가서 줄을 섰다.
  이 작은 여관에는 작년 봄에 나자구에 쳐들어가서 경찰서에 불을 지르고 달아났던 마적부대의 우두머리 몇이 들어 있었다. 조선인 유격대장은 주둔군의 우두머리와 재차 상의하고 라자구를 들이치는 데서 누구보다도 이미 경험을 갖고 있는 그네들을 청해와서 함께 일을 이뤄보자고 획책하였던 것이다. 호랑이가죽을 펴놓고 그 위에 비스듬히 누워서 한 팔을 목침에 고인 마적우두머리가 그의 맞은편에서 졸개 한 놈이 세는 돈을 흐릿한 눈길로 지켜보고 있었다. 그도 조선인 유격대장과 함께 주둔군의 우두머리에게 초청되어 가서 곤드레만드레 취해 돌아왔다. 그렇지만 졸개가 손끝에 침까지 뱉어가며 다 세여서 차곡차곡 쌓아놓은 돈이 어느새 천원을 넘겼다는 것을 알았다. 조금 있다가 싼허푸가 들어와서 허리를 굽혀 인사를 마치고나자
마적우두머리는 몸소 돈을 가져다가 3백 원만 갈라주며 넌지시 한마디 건넸다.
  “이보게 싼장궤, 자네 이 노릇을 더 해먹을 같지 못하군. 못하게 하는 사람이 있단 말일세.”
  “예? 누굽니까?”
  “백초구에서 나온 ‘꼬리’유격대가 주둔군사령한테 항의했어. 군기가 문란해져서 싸움하는 데 불리하다고 말이야. 그래 주둔군사령도그 제의를 받아들였거든.”
  “그런데 나으리, 이러면 약속이 틀리지 않습니까?” 새파랗게 질린 싼허푸가 돈을 받아서 세어보다가 놀라며 쳐다보았다.
  “뭐가 틀려?”
  “수입을 절반씩 반재기를 하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어제까지 이미 1천 원을 넘겼는데 요것만 주면 어떡합니까? 더도 말고 5백 원만 주십시오.”
  “3백 원만 받아도 고마운 줄 알게.”
  “3백 원은 정말 너무합니다.”
  “너무하다니, 내가 봐주지 않으면 자네가 여기서 언감 이 노릇이나마 해먹을 수가 있을 줄 아는가?”
  싼허푸는 고개를 숙인 채 서있었다. 하는 수 없이 3백 원만 받아들고 그는 후들후들 떨며 돌아나왔다. 밖에 늘어섰던 줄이 썩 줄어들어서 이제는 대여섯밖에 남지 않았다. 열흘 남짓한 동안 주둔군의 사병들과 마적부대의 졸개들이 거의 모두가 한 번씩은 와서 하고 갔던 것이다. 지금 줄에는 평민손님들도 몇 사람 섞여 있었다. 그 마감 꼬리에 소년이 머리를 푹 떨군 채로 누가 알아보고 말을 내기라도 할까봐 끽소리 한마디 없었다.
  그 평민차림의 손님들이 마적단의 졸개들인 것을 알아보고 그들의 차례가 되자 싼허푸는 입귀를 푸들푸들 떨며 그들의 앞을 가로막고 값을 콱 올려놓았다.
  “이제부터는 5원이야.”
  싼허푸는 그 마적들에게 대고 소리를 질렀다.
  “의견이 있으면 자네들 대장한테 가서 물어보게. 자네들 대장이 이렇게 시켰단 말이네.”
  순진한 농사꾼 출신의 그 마적은 의아쩍게 생각되어 물었다.
  “내 앞의 사람까지 모두 1원을 받고 나만은 5원을 내야 한단 말입니까?”
  “그렇네. 5원이네. 자네 어쩔 셈인가?” 악이 돋은 싼허푸는 뿌드득 이발을 갈았고 눈방울을 굴렸다.
  “허, 눈 깜짝할 새에 2등짜리도 아니고 1등 값이 돼버렸네.”
  그러자 뒤에 섰던 한 자가 고함을 질렀다.
  “퉤, 더러운 영감쟁이, 세상물정을 아우? 저기 훈춘이나 국자가가에서도 5원이면 술상까지 차려먹고 하룻밤을 재워준단 말이요.”
  “어쨌거나 5원을 내리지는 못하오.”
  “돌아갑세.”
  나중에 소년 혼자 남았다. 그런데 이때 안에서 춘희가 우는 바람에 싼허푸는 놀라며 손에 들고 있던 돈뭉치를 품속에 깊숙이 찔러 넣었다. 방안은 좀 넓은 편이지만 얼룩얼룩한 신문지며 광고장 같은 것들로 더덕더덕 덧바른 데다가 햇빛이 잘 스며들지 못해 어둡고 비좁아 보였다. 아래쪽에는 무엇이 발로 걷어찼는지 살창 채 메진 구멍에 걸레 조각을 틀어막은 방문을 벌컥 열고 싼허푸가 들어서자 춘희가 침대에서 기어일어나 옆에 벗어두었던 옷가지를 들어 가슴을 가리며 울었다.
  “아저씨, 전 당장 죽을 것만 같아요.”
  우는 그녀의 코끝에 콧물이 드리워 있었다. 남자들에게 시달림을 받아 더러워지고 지칠 대로 지친 그녀는 침대보에 흥건하게 젖은 피를 내려다보며 쉴 새 없이 몸을 떨었다.
  “내가 나머지 다섯을 쫓아버렸다. 지금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영 못하겠느냐?”
춘희는 목이 메어서 더 말을 못했다. 절망 속에 빠진 동물과도 같이 몸을 꼬부리고 아랫배를 끌어안은 그녀의 머리칼은 헝클어졌고 그 엎드린 모양은 마치 헌 넝마 조각을 모아놓은 것 같았다. 싼허푸는 떨어진 그녀의 옷가지를 주어다가 등에 씌워주고 나서 중얼거렸다.
  “이 며칠째 너무 과했구나. 됐다, 내가 너를 아껴주지 않으면 누가 아껴주겠냐? 울지 마라! 좀 있다가 더운 물을 갖다 주마. 아픈 데를 깨끗하게 씻거라.”
  춘희는 좀 안정되었다. 베갯잇으로 쓰는 때 묻은 수건을 당겨다가 그녀는 가슴에서 물처럼 흐르는 땀을 닦았다. 밖으로 다시 나온 싼허푸는 그때까지 돌아가지 않고 기다리고 있는 소년을 발견하고 다가갔다.
  “자네 머리를 좀 들게. 아직도 돌아가지 않고 있었군. 이것이 있나?”
  싼허푸는 말하며 다섯 손가락을 내흔들어보였다.
  “5원 말이죠?”
  소년은 진작부터 손바닥에 쥐고 있던 돌돌 감은 10원짜리 지전 한 장을 내놓았다.
  “네, 여기 있습니다. 10원입니다.”
  그 소년이 비로소 얼굴을 들자 싼허푸는 놀라며 고함질렀다.
  “에구, 너 봉이놈?”
  소년은 얼굴이 시뻘겋게 되여 싼허푸의 뒤에 나와 서있는 춘희를 흘끔 쳐다보았다.
  그러자 춘희의 그 창백하던 얼굴도 새빨갛게 질려버린다. 그녀는 여인숙주인에게 더운 물 한 바가지를 얻어들고 눈물을 억지로 참으면서 돌아 들어갔다. 싼허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앉아 대통만 뻑뻑 빨았다.
  춘희가 우는 것을 보고 봉이 녀석은 두말없이 돌아서서 가버렸다.
  그 뒤에 대고 싼허푸는 대통을 들어 자기 발바닥에 탁탁 때리며 욕설을 퍼부었다.
  “멍텅구리 같은 녀석! 눈치라고 없는 녀석! 밤낮 춘희한테 장가든다고 흰소리만 쳐대더니, 이마빼기에 잔뜩 여드름이 난 것을 봐라, 그저 돌아가느냐?”
  그렇지만 봉이 녀석이 그저 돌아간 것은 아니다. 어스레한 골목까지 와서 그는 감쪽같이 여인숙 뒤 담장을 뛰어넘어 들어갔다. 그런 줄도 모르는 싼허푸는 술 석 냥에다가 삶은 돼지머리고기 반근에 낙화생 한 봉지를 사가지고 돌아와서 그 술을 다 마셔버리고 곧 자리에 드러누웠다. 싼허푸는 잠이 들었다.
  그러자 춘희는 곧 싼허푸가 남긴 삶은 돼지머리고기를 맨 손으로 주어먹었다. 그러고 나니 좀 힘이 생기는 것 같았다. 그녀는 침대 곁에 바가지를 당겨다놓고 옹크리고 앉아 거기에 한번 물을 끼얹어보고는 가볍게 신음을 냈다. 두 번째 끼얹었을 때는 입술을 파릇파릇 떨었다. 그 물에는 소금을 탔기 때문에 아래에 잔뜩 짓물러진 상처는 갈가리 찢기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라도 몸을 다 씻고 나자 춘희는 한결 거뿐해졌다. 그때 창호지에 봉이 녀석의 그림자가 비꼈다. 으스름한 달빛도 함께 흘러들고 있었다. 춘희는 뚫어진 창호지 구멍으로 달빛에 비낀 돼지몰이 머슴애의 반짝이는 눈빛을 보았지만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싼허푸가 계속 기척이 없자 춘희는 살그머니 밖으로 나와 봉이녀석의 손을 쥐고 물었다.
  “봉이야, 너도 죽지 않고 살아있었네.”
  “응, 너도 살아있었구나, 그리고 싼장궤도 다 살아있었구나.”
  이렇게 대답하는 봉이 녀석도 격동되어 눈물을 글썽거렸다.
  “넌 돈을 갖고 왔니?”
  “응, 돈은 얼마든지 있어. 너한테 줄께.”
  춘희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머리를 가로저었다.
  “아저씨가 다 빼앗을걸.”
  “너한테는 일전 한 푼도 안주니?”
  “난 아저씨한테 숱한 빚을 지고 있단다. 어제께 우리 아저씨가 계산했는데 적어도 10년이 돼야 다 갚을 수가 있다는 구나.”
  이때 방안에서 싼허푸의 돌아눕는 소리가 나자 춘희와 봉이 녀석은 입을 다물고 마주 바라보았다. 싼허푸가 무엇이라고 잠꼬대를 시작했다.
  “비단장수 왕서방…….”
  봉이 녀석은 창문턱에 쪼그리고 앉아 춘희의 차가운 손을 쥐여주었다. 땀에 흠뻑 젖은 소년의 손은 확확 달아올라 있었다. 그 열기에 감전된 듯 춘희는 가슴 설레며 생긋 웃더니 말하였다.
  “너 내일 또 와 줄거니?”
  “난 우리 대장이 잠든 틈을 타서 몰래 나왔던 거야. 내일은 올 수 있겠는지 모르겠어.”
  “아침 일찍 오면 내가 제일 먼저 너를 들어오게끔 우리 아저씨한테 말해주마.”
  봉이 녀석은 문득 머리를 가로저었다.
  “싫다. 난 지금도 그래서 온 것은 아니야.”
  “그럼 왜서니?”
  “난 네가 보고 싶더라. 호떡장수 싼장궤가 여자를 데리고 다니면서 몸을 팔게 한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 난 벌써 너일 걸로 생각했다. 넌 정말 불쌍하구나.”
  “난 여기 다리랑 아파 죽을 것만 같단다.”
  “들어가서 자면 좀 나아질 거야. 그럼 난 가겠다.”
  “다시는 안 올 거니?”
  “글쎄 잘 모르겠다.”
  춘희는 한참 골똘히 생각하더니 불안스런 눈길로 창문을 흘끔 쳐다보고 나서 봉이 녀석에게 말하였다.
  “넌 돈이 있다고 했지. 5십전만 주면 된다.”
  봉이 녀석은 10원짜리 지전을 그대로 춘희에게 주었다. 춘희는 그 돈을 받아가지고 여인숙주인에게로 가서 옆의 방 한 칸을 빌렸다. 여인숙주인이 나머지 돈을 돌려주고 열쇠를 내어주자 그녀는 봉이 녀석의 손을 잡고 나는 듯이 방으로 뛰어 들어왔다. 자물쇠를 열고 들어서자 봉이 녀석이 불을 켜려는 것을 춘희가 말렸다.
  그녀는 손더듬으로 침대를 찾아가서 그 위에 말없이 누웠다. 그런데 봉이 녀석은 침대가에 말없이 서서 마른침만 꿀꺽 삼킬 뿐 감히 더 접근할 생각을 못했다.
  “봉이야, 멍해서 뭣하니?”
  춘희가 봉이 녀석에게 물었다.
  봉이 녀석은 무서워서 부들부들 떨기까지 했다. 춘희는 그의 손을 끌어당기다가 떠는 봉이 녀석을 발견하고 일어나 앉았다.
  “넌 정말 처음이겠구나?”
  봉이 녀석은 아무 소리도 없이 그저 이마의 땀을 씻으며 고개를 끄떡였다. 춘희도 고개를 갸웃하고 쳐다보며 물었다.
  “할 거니?”
  봉이 녀석은 또 고개를 끄떡였다. 그러자 춘희는 봉이 녀석을 자기 옆에로 당겨왔다. 그녀는 봉이 녀석을 눕혀놓고 옷을 벗겨주고 그간 그녀 자신이 익혀왔던 여성의 온갖 수단을 이때 처음으로 한번 부려보았다.
  “넌 언제 마적에 들었니?”
  “우린 마적이 아니야.”
  “총 들고 다니는 사람은 다 마적 아니니?”
  “난 아니야.”
  “여기 사람들이 쩍하면 ‘남비녀표’라고 하는 말은 무슨 말이니? 총들고 다니는 남자들은 다 마적이 아니고 뭐란 말이니?”
  “마적이 아니래도.”
  봉이 녀석도 정색해서 일어나 앉았다. 그러자 춘희는 어린애처럼 안겨들며 봉이 녀석의 손을 잡아서 자기의 가슴에 꼭 대고 말하였다.
  “마적이라도 일없다. 난 네가 좋아.”
  봉이 녀석은 헤벌쭉 웃으며 말하였다.
  “우린 유격대란다. 너 같은 불쌍한 사람들을 잘 살게 하기 위해서 싸우는 군대야.”
  “그럼 돈을 많이 주니?”
  춘희는 어쩌다 이렇듯이 기쁘게 웃었다.
  “난 네가 거짓말을 하는 것을 알지만 정말 좋아.”
  종래로 웃어본 일이 없는 춘희는 어쩌다가 웃는 모습이 눈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봉이 녀석의 따뜻함이 그녀의 심정을 개변시켰을 뿐만 아니라 그녀로 하여금 이때까지의 모든 고통을 잊게 만든 것 같았다. 옆방에서 싼허푸는 또다시 잠꼬대를 시작하였다.
  “내가 언제 도끼와 곡괭이로 너희 꼬리들을 죽인 적이 있었더란 말이냐? 우리가 언제 너희 땅에서 노라리를 치면서 배불리 잘먹고 살았더냐? 호떡 굽는 일도 힘들었다. 썅! ‘꼬리’, 중국 ‘똥뙤놈’! 어이구, 왕장궤, 당신은 그예 ‘오마분시’를 당하고 말았구려!”
  싼허푸는 잠꼬대 도중에 침대에서 떨어지며 쿵, 하고 소리까지 냈지만 사춘기의 소년은 자기가 좋아하는 계집애와 함께 삼태성이 기울어가고 새날이 잡아들도록 잠에 들 줄을 몰랐다.




  대장은 앞장에서 성큼성큼 걸었다. 그 뒤를 닫다시피 따라 걸으며 봉이 녀석은 춘희의 생각에만 골몰하였다. 춘희가 그리워 한시바삐 시가지로 훨훨 날아가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기도 했다. 시가지에서는 하루쯤 묵을 것이었다. 그날 밤을 그려보는 봉이 녀석은 몰래 당황해나기도 했다. 그때는 돌아오는 길에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쉽게 헤어질 수 있었지만 이제 헤어지면 언제 다시 만나게 될지는 모를 일이었다. 이 모든 것을 다 잊어버리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그는 극력 그 고통스러운 회상을 억제하려 하였지만 끝내는 그 고통 속에서 결정적인 힘을 얻었다.
  시가지가 눈앞에 바라보이는 산속에서 부대가 한창 노숙할 준비에 서두를 때 그는 말에게 물을 먹이러 가는 척하고 냇가로 내려왔다가 그 말을 잡아타고 몰래 도망쳤다.
  그렇지만 싼허푸와 춘희는 이미 시가지에 없었다. 그는 그 여관에부터 찾아가서 그들의 행방을 물어보았다. 하지만 아는 사람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나중에 누군가 싼허푸와 춘희가 국자가 쪽을 바라고 갔는데 지금쯤 장가점 아니면 삼차구 어데 가있을 것이라고 말하였다. 급해졌다. 봉이 녀석은 말을 잡아타고 밤새로 장가점까지 뒤쫓아 갔으나 만나지 못하고 가야하를 건너 그다음 촌락에 이르러서야 그들의 소식을 얻어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곳은 보다 백초구와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봉이 녀석은 불안 속에 잠겼다. 가야하변에서부터 백초구까지에 펼쳐진 백 여리 남짓한 거리의 땅은 상점도 없고 시장도 없고 장사군도 없는 세계유일의 비상업지대, 바로 유격대가 틀고 앉은 근거지였다. 여기서는 화폐가 통용되지 않고 있었고 가치 법칙이 은을 내지 못하기 때문에 싼허푸의 생업은 기로에 잘못 접어든 것이나 다름없었다. 사흘째 되는 날에야 봉이 녀석은 춘희의 행방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근거지 사람들에게 잡혔을 것이요. 구해주려면 빨리 가보오. ‘백색구역’에서 온 사람들에게 모조리 ‘양면파군중’이라는 딱지를 붙여가지고 투쟁을 벌이고 있다우.”
  그 말을 듣는 봉이 녀석은 가슴이 지지는 듯 타들어갔다. 그는 마을 밖에서 망원보초를 서는 적위대원들을 만나 더욱 자세한 소식을 들었다. 유격대는 다른 임무 때문에 일시 근거지로 돌아오지 못하게 되어 그가 도망친 비밀이 폭로되지 않았다. 그가 대장의 전령병인 것을 아는 적위대원들은 누구 하나도 그를 의심하지 않았다. 근거지의 생활에 익숙한 그의 가슴속에는 착잡한 생각이 갈마들었다. 그는 춘희가 끝내 싼허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것을 기뻐하였지만 그에 따른 걱정 또한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의 눈앞에는 부침땅 적은 산골 안에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몰려들어 허기에 져서 와글거리고 있는 모습이 선히 떠올랐다. 망에 콩을 갈아 쌀을 좀 넣고 죽을 쑤어 먹는 날이면 그것은 그나마 괜찮게 먹는 날이다. 양잿물에 끓인 송피를 두드려서 송기떡을 만들어 먹고 또 고사리, 모시대의 싹, 도라지, 더덕, 둥굴레뿌리 같은 것도 캐서 삶아 먹고 지내며 그들은 ‘혁명가’도 부르고, 제국주의도 타도하고, 친일파도 타도하고, 놀고먹는 기생충의 무리들도 타도하고 있었다. 그것이 이 산골의 생활이었다.




  서기요, 위원이요 하는 사람들이 병실마당에 서서 수군거리고 있었다. 불길한 질풍이 날려와서 초가지붕에 꽂아놓은 깃발을 간단없이 펄럭거려 놓았다. 그 깃발에는 무엇을 상징하는 것인지 낫과 마치가 그려져 있었다. 어제까지 여기 마당에서 사람들은 러시아 댄스도 하고 메데가도 불렀다. 이 위원들은 지금 눈에 안경을 건 한 젊은 서기를 위시하여 서있었다. 어떤 위원이 안경쟁이에게 제기했다.
  “그 싼가놈은 인민재판에 붙이는 게 옳지 않겠습니까?”
  안경쟁이는 그 사람에게 물었다.
  “그가 지금 어데 있소?”
  “우리 현당의 ‘유동객잔’에 잠시 묵고 있습니다.”
  “하다면 놀래지 말고 먼저 몰래 감시하고 있으시오.” 안경쟁이가 지시했다.
  “그의 성분을 밝혀 낸 뒤에 다시 처리하겠소.”
  안경쟁이가 이 정도로 의견을 발표하자 위원들도 저들끼리 수군거렸다.
  “심사를 다그쳐야겠소. 싼가놈은 우리 노동자, 농민계급과는 다른 ‘반동군중’이란 말이요. 아니, ‘군중’이 아니요. 그 자는 착취계급이며 역적이요.”
  이 산골짜기에 멋모르고 발을 들여놓았던 첫날에 싼허푸는 그간 춘희의 피와 살로 벌어들였던 돈을 모조리 빼앗기고 언제나 그것을 돌려주겠는가고 이 산골짜기의 독신자들의 합숙인 유동객잔소에 머무른 채로 하루 이틀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에 적위대에서 춘희를 끌어갔을 때 싼허푸는 한시라도 이 산골짜기를 떠날 생각에만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다 돈은 물론이고 멜채 째로 모든 것을 죄다 빼앗기고 그 자신의 모든 이익이 죄다 파괴되었을 때 그는 온몸과 넋으로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으며 그 분노를 풀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상자인 춘희를 꼭 찾아서 데리고 이 산골짜기를 떠나려고 결심을 내렸다. 이 산골짜기에서는 그 젊은 안경쟁이가 최고수장이었다. 싼허푸는 적정을 제공하겠으니까 안경쟁이를 만나게 해달라고 청을 들었다. 안경쟁이는 적위대원들을 거느리고 병원 마당에서 숱한 의심스러운 사람들을 잡아 묶어놓고 한창 그들의 주리를 틀고 있었다. 그들은 얼마 전에 라자구와 동녕지방으로 나갔던 유격대원들이었다.
  대장은 그 곁에 잔뜩 얼굴을 붉히고 서있었다. 대장과 그의 부하들은 돌아올 때 두만강을 건너 조선국내에 들렸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어마어마한 죄명이 들씌워졌다. 함부로 두만강을 건너 월경했으니 이는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에 모순되는 민족주의라는 것이다. 민족주의적 오류를 범했으니 그것이 바로 ‘민생단’이 아니고 뭐겠는가 하고 안경쟁이는 따지고 들었다.
  “동무는 잊지 마오.”
  안경쟁이는 하던 말을 계속했다.
  “그래 ‘민생단’을 만들어 냈던 박석윤이나 조병상 같은 사람들이 다 민족주의자가 아니었소?”
  “아니, 그러면 민족주의자는 전부가 다 ‘민생단’이란 말입니까? 그것은 무슨 논법입니까?”
  “삼단논법이요. 아리스토텔레스의!”
  “아닙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삼단논법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나나 동무나 처음에는 다 민족주의 단체에서 혁명을 시작했던 사람입니다. 물론 그 후에는 방향전환을 했었지만, 만약 그런 사람들을 전부 ‘민생단’이라고 한다면 우선 동무부터 납득이 가겠습니까?”
  “아, 그거야 어떻게…….”
  안경쟁이는 날씨가 무더워서 다브산즈를 입은 잔등이 땀에 흠뻑 젖어들었다. 그는 눈에 걸고 있던 안경을 벗어 유리알을 수건으로 깨끗하게 닦았다. 이때 적위대원의 안내하에 싼허푸가 안경쟁이에게로 다가갔다. 안경쟁이는 외눈깔이었다. 한쪽 눈알이 이미 빠져 달아나서 없었다. 그 구멍은 썩고 곪아 누런 물이 질질 흘러내렸다. 싼허푸는 너무 끔찍스러워 감히 쳐다볼 엄두를 못내고 다만 허리를 깊숙이 숙인 채로 안경쟁이에게 정황을 반영했다.
  “저는 저 키 큰 대장을 알아보았습니다. 저 대장어른은 어린 부하 하나를 데리고 있지 않습니까? 그가 무엇 때문에 보이지 않습니까? 그는 죽었습니까? 아니면 실종되었습니까?”
  햇빛이 비치는 데에 유격대장은 서있었다. 그는 다만 묶이지 않았을 뿐이지만 처벌을 기다리고 있는 부하들과 꼭 같이 심판대에 올랐다. 그의 얼굴은 벌써 하얗게 질렸다.
  “동무.”
  안경쟁이는 벌떡 일어서더니 유격대장을 노려보았다.
  “동무는 전령병 봉이가 희생되었다고 하지 않았소?”
  사실 유격대장은 돌아와서 거짓보고를 하였다. 이제 그것이 들통나버린 것이었다. 봉이 녀석이 말을 끌고 도망친 것은 대원들이 다 알고 있는 일이지만 그들은 공수동맹을 맺었던 것이다. 유격대장의 얼굴은 차츰 사색으로 질려갔다.
  이때에야 유격대장은 자기를 검토하였다.
  “내가 교양을 잘못한 탓입니다.”
  대장은 머리를 푹 떨어뜨렸다. 그러자 안경쟁이는 후-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고맙소, 싼허푸 동무.” 안경쟁이는 흰 이를 드러내놓고 환히 웃으며 싼허푸의 손을 잡고 말하였다.
  “만약 동무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하마터면 ‘민생단’에 속을 뻔했소.”
  안경쟁이는 당장에서 싼허푸의 ‘반동군중’이라는 감투를 벗겨주었다. 더는 누구도 그가 ‘백색구역’에서 온 사람이라고 의심하거나 천대하지 못하였다. 그렇지만 이 산골짜기는 얼마나 수상한 세상이었던가, 이제 사유재산은 모조리 철폐되고 토지와 식량으로부터 낫, 호미, 걸이대와 같은 농쟁기에 이르기까지 개인들이 소유하고 있던 모든 동산, 부동산까지도 공동소유로 만들어 버렸다. 그렇지만 싼허푸의 마음은 그냥 그 빼앗긴 자기의 돈에 가있었다. 하지만 구두쇠 같은 안경쟁이는 잠시도 그 돈을 돌려주려고 하지 않았다. 하긴 이 산골짜기는 돈이 필요 없는 세상이었다. 소비에트 정부에서는 그저 콩죽 대여섯 숟가락에 한 알씩 깨무는 은단 알 만한 소금덩이만 나눠주고 있었다. 돈은 다만 그 소금알 같은 필수품들을 사들이는 데에 필요할 따름이었다. 그러나 싼허푸는 언제나 안경쟁이가 옆구리에 꼭 숨겨가지고 다니는 금고열쇠를 잊지 않고 있으면서 그 돈을 찾기 위해서 안경쟁이가 시켜주는 대로 수걱수걱 일해오고 있었다.
  어느 하루 저녁 일본군이 산골짜기 종심깊이에까지 밀고 들어왔다. 싼허푸는 너무나 흥분되어 가슴이 후드득후드득 뛰었다. 마을에서는 피난소동이 일어났다. 사람들은 모두 봇짐들을 이고 지고 더 깊은 산속으로 내뛰었다.
  그다음 날 일본군이 돌아가고 다시 마을로 내려오는 사람들이 산 속에서 봉이 녀석을 봤노라고 서로 주고받았다. 안경쟁이는 그 말을 듣고 반신반의하였지만 싼허푸만은 믿었다. 싼허푸는 그 돼지몰이 머슴애가 춘희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나중에 안경쟁이도 믿었다. 안경쟁이는 싼허푸를 꼬드겼다.
  “이제 그 스파이새끼 봉이놈만 잡아내면 로싼 동무에게 돈을 돌려주겠소.”
  싼허푸는 멍하니 안경쟁이를 쳐다보았다. 그 보기 싫은 외눈깔도 싼허푸를 마주 바라보며 느물느물 웃고 있었다. 그간 일전 한 푼 벌지 못하고 마음에 별로 없는 사람잡이만 해온 싼허푸의 얼굴은 수면부족으로 초췌했다. 그것은 그가 매일 밤마다 뜬눈으로 지새고 있다는 가장 좋은 표증이었다. 거기다가 기름 한 방울 없는 마른 송기떡이나 아니면 콩죽으로 때워오고 있었기 때문에 허기졌고 여위였다.
  그래 몹시 겉늙어 보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역시 속대는 굳고 간사한 옛날 흔적만은 그 눈빛 속에 마냥 간직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와는 정반대로 춘희는 이 산골짜기에 와서 갇힌 후부터 저녁잠을 매일 아주 잘 잤다. 이 같은 산골짜기에 병원이 있고 의사가 있어 매일 찢어지는 것만 같았던 그곳의 상처가 지금처럼 깨끗하게 아무리 소금물로 비비고 씻어도 이제는 아파나지 않게끔 잘 아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그것은 사실 춘희가 그간 오랫동안 남자들에게 시달리지 않았기 때문에 저절로 나은 것이었다. 그들은 가위로 그녀의 긴 머리채를 잘라버리고 가뜬한 단발머리로 만들어주었다. 여기서 긴 머리채와 단발머리는 ‘백색구역’과 ‘적색구역’의 차이를 표시하고 있었다.    그녀가 기생충과 ‘반동군중’에서 적색군중으로 된 것은 싼허푸의 노력이요, 안경쟁이의 도움이었다. 안경쟁이는 그녀를 집체식당에 보내 일을 시켰다. 이 일은 그리 쉬운 것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쌀이 없기 때문에 매일 나무껍질을 벗기러 나갔다. 나무껍질만 벗겨오는 것이 아니고 무릇 먹을 수 있는 산나물들은 모조리 캐다가 식당에 가지고 돌아와서 그것들을 삶아 사람들에게 나눠주어야 했다. 그렇지만 참고 견디기 어려웠던 매음 생활을 오래도록 겪어온 춘희로서는 그 모든 나날들이 도리어 휴식과도 같이 즐겁고 쉬웠다. 그리고 저녁이 되어 자정이 깊어갈 때에 온몸이 피곤하고 배가 고파지는 사람이 춘희 한사람만은 아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이 산골짜기에 피난민들이 몰려들기 시작하자 상황은 변해버렸다. 그 피난민들의 뒤를 따라 역시 피난민 옷차림을 하고 유격대의 초소를 통과해 들어온 한 무리의 일본군이 기관총을 휘둘러댔다. 이제부터 이 산골짜기는 전적으로 굶주림과만 싸워야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군의 토벌과도 싸워야 했던 것이다. 춘희는 유격대와 적색군중들이 산골짜기 어구의 뾰족산 같은 전초진지들에 돌을 날라 올려가는 것을 보았다. 산꼭대기에 돌무지를 만들어서 토벌군이 달려들 때 돌사태를 쏟아 부으려는 심산이었다. 며칠째 싸움이 계속되는 바람에 산나물도 캘 수 없게 되었고 낟알 구경을 하지 못한 채 콩깍지기와 무시래기 같은 것으로 끼니를 이어오고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소가죽을 삶아먹었다. 이 산골짜기는 혁명의 낭만과 인간 이하의 주림이 공존하는 곳이었다. 원래 현장의 연설이 길고 소학교의 길이가 길고 산골짜기가 긴 것이 가장 특색인 왕청의 끝간 데가 없는 산골짜기에는 피난민들이 줄에 줄을 이어 섰다. 춘희는 이제 불에 타죽거나 총에 맞아죽지 않으면 곧 굶어죽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 이러한 일들은 그녀가 그 침대만한 세상에선 생각해보지도 못한 것들이었다. 그녀가 이 산골짜기에 들어온 이래 싼허푸와는 한 번도 만나지 못했지만 그녀가 소속되어 있는 작식대(일제 강점기에 식사 준비 일을 맡은 유격대의 한 집단)의 사람들을 제한 다른 부서의 사람들은 그녀가 싼허푸의 조카딸이라는 말을 듣고 모두 그녀와 일언반구도 건네지 않았다. 어느 날 오후 그녀가 불탄 나무 곁에 기대앉아 멀거니 하늘만 쳐다보고 있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이웃 아낙네 너덧이 손에 죽냄비를 든 한 아낙네를 옹위해서 병실쪽으로 오고 있었다. 그 구수한 죽냄새는 마치 광선이 암담한 이 천지에 가장 밝은 빛을 들이비치는 성싶었다. 그녀는 그 죽냄새에 어쩔 수 없이 나무를 붙잡고 일어서서 그 아낙네들을 바라보았다. 모두 일주일 이상씩 굶은 그 아낙네들의 얼굴은 새까맣게 질려있었고 두 다리는 후들후들 떨었다. 죽냄비를 든 아낙네는 자꾸만 그 냄비 안을 들여다보았다. 춘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만 그 아낙네의 앞을 가로막고 섰다. 그러자 다른 아낙네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갑자기 달려들어 냄비의 죽을 빼앗아 먹기 시작하였다. 그네들이 던지고 달아난 냄비를 주어들고 혀를 날름거리며 한참 냄비바닥을 핥고 난 춘희는 난생 처음으로 “야, 난 살고 싶어…….”라는 애탄 한마디를 하였다.





  며칠 동안 춘희는 사람들의 감시를 받고 지내고 있었지만 시종 그 원인을 알 수 없다가 또 한 차례의 토벌 뒤끝에야 비로소 놀라운 소식을 얻어들었다. 토벌대가 돌아간 뒤에 산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불탄 자리에다가 다시 집들을 짓고 또 병실마당에다도 심판대를 만드는 것을 보았다. 그날로 열두 산골짜기에서 서기요, 위원들이요 하는 사람들이 다 몰려들어 또 한 무리의 의심스러운 사람들을 심판대에 끌어올렸다. 여기에 이 산골짜기의 최고수장이였던 안경쟁이도 두 팔을 꽁꽁 묶인 채로 앞장에 서있었다.
  싼허푸만은 며칠째 그냥 보이지 않았다. 토벌이 들던 날에 싼허푸는 일본군에 붙잡혔다. 모두 산으로 내뛰는데 싼허푸만은 고의적으로 뒤에 떨어져 늑장을 부리다가 자진해서 붙잡혀갔다는 고발이 올라왔다. 어제 키다리를 잡던 안경쟁이가 오늘 되잡혀 나온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이미 반나절 동안 얻어맞아 안경까지 다 깨져버린 그의 외눈깔에서 흘러내리고 있는 것은 눈물이 아니라 그대로 시뻘건 핏물이었다. 심판대의 앞에 자리를 틀고 앉은 적색 중에서도 가장 적색의 군중들이 안경쟁이에게 따지고 들었다.
  “이놈 ‘쇠버치’야, 그래 네가 ‘민생단’의 숨은 우두머리가 아니란 말이냐?”
  화들짝 놀란 안경쟁이는 나귀처럼 크게 벌렸던 입을 한참만에야 겨우 다물더니 이렇게 대꾸하는 것이었다.
  “나도 이제야 알겠소. 이 ‘민생단’이라는 것이 실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요. 그것은 유령입니다. 유령…….”
  이렇게 되어 안경쟁이는 결국 유령을 잡다가 그 유령에 자기가 되잡혀 죽고 이제 이 산골짜기에 하나 남은 꼬리유령, 춘희는 빈 집에 갇혀버렸다. 춘희는 아직도 한 가닥의 묘연한 희망을 품고 늦가을 찬바람이 불어드는 빈 방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두 팔을 깍지 끼고 얼굴은 무릎에 기댄 채 주림을 참아가며 그 무엇을 기다리고 있
었다. 이불도 없는 빈방에서 그녀는 그냥 쪼그리고 앉은 채로 잠들었다. 바깥은 먹을 풀어놓은 듯한 먹장구름이 온 하늘을 낮게 뒤덮었다. 어둠이 깃든 나무살창으로 갑자기 한 가닥 광선이 비쳐 들어왔다. 가만히 안을 들여다보던 봉이 녀석은 자면서 울고 있는 춘희를 발견하고 낮은 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얘, 춘희. 춘희.”
  춘희는 깨어났다. 그녀는 마치 무슨 꿈을 꾸다가 깨어난 모양으로 아직도 꿈속에서처럼 흐느끼며 두 손으로 불빛을 막으며 부르짖었다.
  “절 죽이지 마세요. 전 살고 싶어요!”
  “나야, 봉이야.”
  봉이 녀석은 소년은 전깃불을 자기 얼굴에 비쳐보였다.
  춘희는 비로소 꿈속에서도 깨어났다. 봉이 녀석을 알아본 그녀는 울음을 터뜨렸다. 벽을 붙잡고 일어나 살창께로 다가간 그녀는,
  “봉이야, 너 이러다 붙잡힌다. 얼른 물러가.”
  “난 너를 데려가자고 온 거야. 어서 이리로 나와 줘.”
  그래도 봉이 녀석은 한참 흔들어서 나무살창을 뽑아 던지고 그 안으로 두 팔을 들이밀었다. 와서 안기기만 하면 곧 그대로 안아라도 내려 듯이 그녀를 재촉했다. 그러나 그녀는 주저하였다.
  “난 아저씨가 없이 살아갈 수 없을 거야……”
  “그 나쁜 싼장궤!”
  “난 이 산속에서 한번도 아저씨를 보지 못했단다.”
  “그를 만나서는 뭘 하니? 그가 없어도 넌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다. 내가 있잖니. 꼭 너를 잘 살게 해줄게.”
  춘희는 이때까지 산속에 숨어서 산골짜기 사람들에게도 쫓겨 다니고 토벌대에게도 쫓겨 다니고 지낸 봉이 녀석의 처지를 알고 있었다. 그를 따라 갈 곳은 없었다. 그것을 저 창밖의 어둠이 잘 말해준다. 그러나 춘희는 이번에도 저 어둠속에 무엇이 있는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어느 날 이 산골짜기에 잘못 발을 들여놓던 때와 꼭 같은 마음을 안고 주춤주춤 다가가서 봉이 녀석의 팔을 붙잡았다. 본능적으로 일어나는 자유에 대한 그녀의 갈망은 알 수 없는 어둠 속에서 오는 모든 공포를 전승하였다. 흘러가는 구름 사이에서 달이 얼굴을 내밀었다. 고요한 달밤이다. 한줄기 가야하물이 은파를 번뜩이며 산골짜기를 빠져 흐르는데 어데서 ‘소쩍, 솟소쩍……’ 하고 소쩍새가 처량하게 이 밤을 새주고 있었다.
  춘희는 봉이 녀석의 손을 잡고 산골짜기를 빠져왔다. 산골짜기를 빠져나오자 봉이 녀석은 춘희를 이끌고 매두었던 말께로 뛰어가서 그녀를 올려 앉히고 자기도 그 뒤에 매달렸다. 그들 둘을 태운 말은 망망한 어둠 속을 바라고 무작정 내뛰었다.
  이튿날 새벽녘이었다. 동녘하늘이 희붐해올 때 이번에도 그 뒤를 쫓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있었다. 그 사람들의 앞에서 길잡이를 선 싼허푸는 옆을 지나가는 말 탄 봉이 녀석의 등에 기대서 끄떡끄떡 졸고 있는 계집애가 바로 춘희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봉이 녀석은 말에 채찍질을 해댔다. 하지만 그 사람들에게 싼허푸가 무엇이라고 말하였는지 조금 전까지도 없던 기마대까지 앞장에 서서 뒤쫓아 왔다. 반시간도 안 되어 뒤의 기마대는 바짝 다가들며 하늘공중에 대고 헛총질까지 해대며 고함을 질렀다.
  봉이 녀석은 그 기마대가 협화회의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그 협화회의 사람들도 봉이 녀석이나 춘희와는 다 같은 조선사람들이지만 일본군에 협력하여 산골짜기의 주변에서 유격대와 싸우고 있었다. 봉이 녀석은 말에 채찍질을 가했지만 사람을 둘이나 실은 여윈 말은 지쳤으므로 잘 뛰지 못했다. 밤새 말을 타고 달린 춘희도 지친 데다가 갈증까지 났다. 춘희는 봉이 녀석의 등에 얼굴을 기대고 졸다가 말이 빨리 뛰는 바람에 깨어났을 때는 뒤에서 쫓아오는 사람들이 조선말로 고함을 지르는 것을 보고 유격대가 산속에서부터 쫓아나온 것이 아닌가 하고 소스라치도록 놀랐다.
  “얘, 봉이야, 너만이라도 혼자 도망쳐.”
  춘희가 봉이 녀석의 허리를 꼭 껴안고 울며 말하였다.
  그때 뒤에서 쫓던 자들이 총을 쏠 대신에 휘파람을 불자 정신없이 내뛰던 말까지도 문득 멈춰 서서 자기들 무리를 바라고 돌아섰다.
  결국 춘희는 또다시 싼허푸의 마수에 떨어지고 만 것이다. 그 마수는 그녀가 아직 철없던 어린 시절부터 줄곧 그녀를 지배하고 있었다.





  나자구를 떠난 그날부터 어언 6,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비록 많은 험난한 삶을 겪어왔지만 그간 싼허푸의 장사는 그래도 잘되어간 셈이다. 어느 날 싼허푸는 춘희를 보고 말하였다.
  “네가 같은 ‘꼬린’ 줄을 알고 거류민회 최 회장이 도와주겠다고 대답했단다. 너를 일본군대가 가는 춘림골목의 ‘노미미즈’ 하고 ‘야아라다’에도 보내주겠다고 하더라.”
그러나 일요일만 되면 아침에는 어김없이 ‘노미미즈’ 아니면 ‘야아라다’같이 일본군이 많이 드나드는 기생방들에서만 춘희가 나타난다.
  모두 배갈들을 한두 병씩 비운 일본군의 사병들은 곤드레만드레 취해 술집 마당에 몰려서서 웃고 떠들며 지껄이고 있었다. 위층의 1등 기생들은 큰 엉덩이를 창턱에 반쯤 내어놓고 위관급 이상의 군관들과 마주 앉아 호박씨를 까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 밑에서 싼허푸는 장사를 하는 한편 돈을 세어본다. 그는 ‘관첩’과 금표(일본돈), 그리고 ‘왠따터우’를 각기 갈라서 품속에 찌르기도 하고 소매 속에 감추기도 하였다. 갑자기 싼허푸의 옆에서 질서를 지켜주고 있던 ‘거류민회’의 간부가 뒤를 돌아보더니 싼허푸를 툭 건드렸다. 술집 담밖에도 온통 춘희의 사모자들이었다. 그들은 저들끼리 주고받기도 하고 안에 대고 술 취한 사병들에게 양푼 두드리는 것 같은 꿰진 소래기를 지르기도 했다.
  “군대어른신네들! 꼬리계집애 맛은 어떻습니까? 그 속살이 유다르게 차갑다는 것은 옳습니까?”
  “난 모르네.”
  싼허푸는 싱글벙글 웃었다.
  그러자 담장 밖의 사람들은 좋아라고 휘파람을 불고 괴상한 소리소리를 질러댔다.
  “이보세요, 황군 아저씨들이 일을 끝낸 뒤면 우리들한테도 차례가 돌아오겠지요?”
  그중 한 나그네가 물었다.
  그때 춘희의 방에서 방금 일을 마치고 나온 사병이 왼손으로는 바지춤을 붙잡고 오른손을 찌푸린 얼굴에 대고 내저으며 욕설을 퍼부었다.
  “에구, 꼬리계집, 지저분한 년이야.”
  “쿠린 년이야, 더럽다니.”
  그 뒤를 이어 들어갔던 다른 사병도 밖으로 되돌아 나오더니 싼허푸의 얼굴에 대고 침을 탁 뱉으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 두상아, 내 돈을 돌려라!”
  “이미 낸 돈을 걷어 들이다니?”
  싼허푸가 고개를 쳐들고 그 사병을 흘겨보았다.
  “어디메 그런 법도 다 있습니까?”
  연후에 싼허푸는 민회간부를 돌아보며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럴 때는 어째야 하우?”
  싼허푸는 사병들 사이를 헤집고 안에 들어가 보려고 하였다. 하지만 돈을 되찾으려고 달려들었던 사병이 그의 어깻죽지를 잡는 바람에 몸을 빼지 못하고 담장 밖에서 자기들 차례가 돌아오기를 기다렸거나 또는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이 안으로 우르르 쓸려 들어갔다.
  춘희는 침대에 쥐 죽은 듯이 누워 있었다. 한껏 지칠 대로 지친 그녀에게는 이제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침부터 하루 종일 더운물만 몇 모금 마신 그녀는 기어일어나 뒷간으로 갈 맥도 없었다. 그러나 몰려들어 온 구경꾼들은 그런 형편을 전혀 알아주지 않았다. 값을 치르지 않고 막무가내기로 쓸어 들어왔기 때문에 어떤 자도 감히 그녀 몸 위에 기어오르지는 못하고 그저 눈요기만 실컷 하고 있었다. 좀 얌치없는 자들이 슬쩍 그녀의 다리를 벌려놓기도 하고 가슴을 찔러 보기도 했다. 나중에 구경꾼들은 춘희의 몸 밑에 깔려 있는 침대보에 핏물이 흥건한 것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여기저기가 오물투성이인 것도 발견하였다. 춘희는 부끄러워 두 눈을 꼭 감고 있었으나 눈물만은 그대로 샘솟듯이 솟아나왔다. 그렇지만 아무런 거부반응도 보이지 못하고 구경꾼들이 하는 짓거리대로 가슴도 맡겨놓았고 두 다리도 고분고분 벌려 보이고 했다. 그녀는 너무 지쳤기 때문에 울음소리를 낼 약간의 힘도 없었다.


10


  싼허푸는 저녁만 되면 그냥 삶은 돼지머리고기 반근에다가 볶은 낙화생 한 봉지로 조양천에서 만든 ‘광흥원’의 소주 석냥을 마시였다.
  그렇게 정신없이 돈을 벌고 있지만 싼허푸는 자꾸만 말라들었다. 그리고 주량도 전에 비해 더 못해진 것 같았다. 지금은 그 석 냥 소주도 미처 다 비우기 전에 그의 코끝은 새빨갛게 질려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쉴 사이 없이 딸꾹질을 해댔다. 그 맞은편에 쪽걸상을 놓고 앉은 춘희는 왼손에는 밥을 담은 보시기를 들고 오른 손에는 조선산 놋숟가락과 중국 사람들의 참대 젓가락을 같이 쥐고 조심스럽게 돼지머리고기를 한 점씩 짚어다가 간장 속에 잠가놓고는 맨 밥만 서너 술을 뜬 뒤에 가까스로 그 간장에 잠가놓았던 고기를 짚어내어 그것을 다시 몇 입에 나눠 먹고 있었다.
  “너는 행복하다고 생각해야 해.”
  술을 마시면서 싼허푸는 흐리터분해진 눈을 들어 춘희를 바라보며 말하였다.
  “우리가 그 ‘쇠버친’지, ‘속새폰’지 하는데서야 얼마나 죽을 고생을 했었느냐! 굶어죽지 않고 살아서 그예 국자가에까지 도망쳐 나온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이 아니냐?”
  “그래요, 아저씨.”
  “내가 이제 기껏 얼마를 더 살겠냐! 이제 좀 더 돈을 벌어서 나도 여기 ‘노미미즈’ 같은 기생방을 하나 차려놓을 생각이다. 그때면 역시 기생가의 한 노보(老鴇)가 될 너의 생활은 얼마나 권세가 있고 우쭐할 것이냐?”
  이 한마디 말은 하나의 아름다운 원경이나 다를 바 없었다. 앞날에 대해서 이제껏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춘희에게 있어서는 이는 자유롭고 행복한 미래를 그려주는 것이었다. 싼허푸는 더는 나자구에서 마적들에게 빼앗겼던 아편과 금덩이를 외우지 않았다. 그 사망의 산골짜기에서 혼뜨검이 났던 싼허푸는 그 이전의 일들에 대해서 진작 흐리마리해졌던 것이다. 이제 자기는 싼허푸에게 아무 빚도 없다는 것을 춘희는 자기 혼자만 알고 있었다. 국자가에 와서 자기가 벌어드린 돈만도 지난 마적 난리 때 싼허푸에게 진 묵은 빚을 열 번 갚고도 남음이 있었을 것이라고 춘희는 마음속에 생각하고 있으면서도 그냥 아무런 속생각도 내비치지 않고 말없이 육체의 모든 고통을 참았다. 싼허푸는 개밸순대같이 기다란 마른 손가락을 춘희의 앞에 내어놓고 굽혔다 폈다 해보이며 하루하루의 생업 진전에 대해서 타산해보곤 했다.
  어느 날 오후 싼허푸를 따라 최 회장의 집에 초대되어 간 춘희는 기뻐 어쩔 줄 몰라 하였다. 그녀는 이 집에서 잔디밭에 물을 주고 있는 봉이 녀석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그를 보자 온몸의 지긋지긋하던 아픔들이 가신 듯 사라지는 같았다. 사랑을 찾았으니 말이다.
  싼허푸는 최 회장이 따라주는 술을 떨리는 두 손으로 정겹게 받아마셨다. 글쎄 춘희가 전에 비해 퍽 고달프겠지만 대신 많은 이익을 얻고 있다고 생각한 싼허푸는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말하였다.
  “마적들은 반재기를 하기로 약속하고도 나중에는 3·7제를 했단 말이다. 그것도 나한테 3할을 주니까 이거야 원 분해서 어데 살겠더니?”
  “네, 아저씨.”
  벌써 한두 잔에 취한 싼허푸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혼자 앞에 서서 걸으며 그냥 말하였다.
  “최 회장의 은혜를 잊지 말아야겠다.”
  “네, 아저씨.”
  춘희는 그 뒤를 따라 걸으며 자꾸만 머리를 돌려 뒤를 보았다. 그 녀의 정신은 온통 봉이 녀석에게로 가 있었다. 그녀는 무시로 지난날의 회상을 미래에 대한 동경과 한데 섞곤 하였다. 이날 밤도 싼허푸는 입이 쉴 새 없었다. 계속 꿈속에서도 무엇이라고 지껄였다.
  “그리고…….”
  “네.”
  춘희는 이제부터 싼허푸의 말에 아무 신경도 쓰지 않게 되었다.
  그저 자기 멋대로 대답하고 있었다. 그 대답질이 싼허푸가 자는 도중에 한번 침대에서 떨어졌다가 다시 기어오를 때까지 계속되고 있었다. 비로소 잠꼬대를 멈추었을 때 그녀는 시커먼 방에 혼자 멀거니 앉아있었다. 그녀는 귀신에게라도 홀린 듯이 일어서서 살금살금 주방으로 나갔다. 도마위에 가로누워있는 채도(菜刀)가 어둠 속에서 시퍼런 빛을 뿜겼다. 그때 싼허푸의 잠꼬대가 갑자기 다시 시작되었다.
“어떤 자들이 너를 속신해주려는 뜻이 있는 것도 나는 다 알고 있다. 특히 그 단골손은 수상한 작자거든! 하지만 난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야, 최 회장께서 허락하지 않을 거야! 어이구 목이야, 목이마르구나.”
  갑자기 싼허푸는 물을 찾았다. 춘희가 채도를 내려놓고 들어오니 어느새에 싼허푸는 일어나 앉아서 눈은 그냥 감은채로, “춘아, 무, 물…….”하고 흰 거품이 내비친 입술을 우물거린다.
  “네, 아저씨.”
  춘희는 물 사발을 들어 싼허푸의 앞으로 가져갔다. 물을 마시는 싼허푸의 목줄띠가 금붕어의 아가미 같다. 눈은 그냥 감은 채로다. 다시 누워버린 싼허푸는 그 아가미를 풀럭거리며 어디가 쑤셔나는지 몇 마디의 신음 끝에 다시 잠든다. 만약 저 아가미만 끊어지면 얼마나 좋으랴는 생각을 하며 춘희는 온몸이 다 싸늘해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 지긋지긋한 삶이 나는 정말 싫다!”
  싼허푸가 다시 잠들어버린 후에 춘희는 그냥 그 풀떡거리고 있는 싼허푸의 목줄띠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이미 싼허푸가 없었다. 그녀는 무슨 보물이


피안   - 2014/08/01 02:01:46  
[본문에 계속 이어]


나 어루만지듯이 풀떡거리고 있는 금붕어의 아가미를 손가락으로 살살 만져보는데 바깥에서 인기척이 났다.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누가 자기의 의도를 보아낸 듯싶어 속이 꿈틀하여 바깥을 내다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새날이 밝을 때까지 춘희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이불 속에서 깊은 사색에 잠기었다. 싼허푸는 아침이 되자 일어나서 아침을 짓고 있었는데 그는 하나뿐인 왼손으로도 아주 재치있게 기름을 달인 가마에 파를 썰어 넣으며 무슨 노랫가락을 흥얼거렸다.
말이 아침이라지만 그것은 다만 싼허푸와 춘희에게만의 아침이다. 이때는 벌써 오후 한나절이다. 경대 앞에 마주앉아 화장을 하고 있던 춘희는 손에 분첩을 든 채로 거울 속의 자기를 멍청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거울 속의 그녀는 눈에 잔뜩 피가 졌다.
그녀는 맥없이 분첩을 내려놓고 가볍게 흐느끼며 중얼거렸다.
“봉이야, 누구도 나를 속신해주지는 않을 거야!”


11


유리문이 달린 사랑방에 초록색비로도 회전의자 하나가 놓여있다. 거기에 최 회장을 올려 앉히고 그 곁에서 이발기와 면도칼, 빗, 솔 등속을 꺼내놓고 봉이 녀석은 몸을 90도로 꺾고 서서 물었다.
“주인나리, 여름도 오고 날씨가 더우니 머리를 좀 짧게 깎으시겠지요?”
불과 6, 7년이 흐르는 사이에 덜컥 큰 키꼴의 총각으로 성장한 어제의 돼지몰이 머슴애가 우는 빠지고 밑은 무성한 최 회장의 머리를 가늠해보며 제법 익숙한 솜씨로 이발기를 갖다대고 있었다. 좀 뒤에 더운물에 잠갔던 수건을 꺼내서 꽉 짜고 그것을 턱의 수염에 대고 축축하게 눌러주니 뻣뻣하던 수염의 순이 죽어든다. 면도를 하기 위하여 최윤주가 목을 젖히자 봉이 녀석은 이발기를 내려놓고 곧 가죽 띠에 대고 철썩철썩 면도칼을 갈았다.
그때 봉이 녀석은 갑자기 가슴속이 떨려와서 눈앞이 아찔하고 돌아갔다. 그는 분명하게 춘희의 울음소리를 들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가까스로 마음을 다잡은 그는 면도까지 마치고나서 거울을 들어 최회장의 앞에서 이리저리 비춰주었다.
“어쨌든 네가 재간덩인 재간덩이야.”
최 회장은 개기름이 번지르르하고 둥글둥글한 얼굴을 들고 기뻐하였다.
“사실 공산혁명을 하는 작자들한테 멍텅구리야 없지.”
이러며 최 회장은 하던 말을 계속했다.
“다 그만큼 똑똑하니까 똑똑한 값을 하느라 한 짓이 아니였겠냐!”
이 최 회장이란 자의 눈길은 언제나 흐뭇한 미소에 어려 봉이 녀석이 일하는 모습을 여겨보군 했다. 처음 협화회에 붙잡혀 구치소에서 갇혀있던 기간에도 봉이 녀석은 매일 뼈가 빠지게 일을 잘 한다는 이야기를 얻어들었다.
그로부터 2년 후 최 회장은 봉이 녀석을 감금해두었던 국자가의 경찰서장과 술추렴을 하다가 봉이 녀석의 이야기를 얻어들었다. 그 신상 이야기는 최윤주의 귀맛을 부쩍 당기였다. 봉이 녀석이 요시찰인이라는 경찰서장의 귀띔도 있었지만 최 회장은 이런 것을 꺼리지 않았다. 우선 유격대 출신이라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 그래서그 산골짜기에서 도주하여 나왔던 봉이 녀석을 자기 집에 데려다가 머슴으로 삼았다. 무슨 짐을 져도 남의 곱을 지고 새벽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아무 군소리 없이 일을 저절로 잘 찾아하는 봉이 녀석은 식전에 마당을 쓸고 외양간을 치고 물을 긷고 또 밭일도 나가고 늦게까지 나무도 패고 여물도 썰고 하면서 소 갈 데 말 갈 데 다 갔다.
그러면서도 손만 붙이면 곧 기름이 돌게 일을 해치우는 일솜씨가 최회장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그래 몇 달 있다가는 옷도 한두 벌 해준다고 약속해 놓았고 그 몇 달이 지나서 이발까지도 봉이 녀석의 손에서 하게 되었을 때는 이제 몇 해 지나면 장가도 보내주마 하고 약속해놓았다.
“그러면 춘희를 주세요.”
봉이 녀석은 인자해 보이는 최 회장의 얼굴을 쳐다보며 입술을 우물거리였다.
“얘야, 너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느냐? 장가를 들고 싶단 말이지?”
“네.”
최 회장은 전혀 모르쇠를 대고 있지만 이 머슴총각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장가를 보내주마 하고 약속했던 일을 잘한 일이라고 느꼈다. 그의 눈길은 벌써 그때로부터 봉이 녀석의 미소한 변화에라도 주의를 돌려가고 있었다. 그의 명민한 눈에는 차차 은밀한 미소가 가끔씩 어려가고 있었다.
이때 이발을 마치고 자기의 방으로 돌아왔던 봉이 녀석은 또 한번 몹시 놀랐다. 그는 분명하게 춘희의 우는소리를 똑똑히 들었던 것이다. 이때는 벌써 자정도 훨씬 깊었다. 어두컴컴한 방안을 둘러본 그는 잠깐 생각하더니 살그머니 침실을 빠져나와 담을 뛰어넘으려고 들었다. 그때 뒤에서 최 회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좋은 앞문을 두고 담을 뛰어넘느냐?”
봉이 녀석은 황망히 최 회장의 앞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며 빌었다.
“주인나리, 제가 도망치려고 그러는 것이 아닙니다.”
“오냐, 내가 다 안다.”
“저는 싼장궤에게로 놀러갑니다.”
“허허, 자식도. 그래 가보거라. 그러나 일찌감치 돌아와야 한다.”
이번에 봉이 녀석은 춘희의 행방을 다른 사람에게 물어볼 필요가 없었다. 그는 ‘아랫개방지’를 바라고 총알같이 뛰어갔다. 부르하통하를 건너니 벌써 춘림골목 밖에까지 나와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사병들의 모습이 멀리에 바라다 보였다. 밤이 깊어지자 그 줄이 차츰 줄어들었고 골목 어귀에는 싼허푸가 나타나서 떠나가는 사병들에게 대고 허리를 굽실굽실하며 작별인사를 던졌다. 춘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봉이 녀석은 그냥 하는 본새대로 감쪽같이 ‘노미미즈’의 창문께로 다가들어 말없이 안을 들여다볼 뿐 춘희를 부르지 않았다. 머리에 단추 달린 캡을 쓰고 무르팍 멜빵바지를 입은 사내 하나가 물을 담은 바가지를 들고 들어왔다. 그는 최 회장이 보낸 ‘거류민회’의 간부다. 그가 돌아나간 뒤에 봉이 녀석은 가볍게 창문을 두드렸다. 춘희는 창문을 열어주었다. 밖에 싼허푸와 그 ‘거류민회’의 간부야 지키고 있든 말든 춘희는 아랑곳하지 않고 봉이 녀석의 품에 안겨들었다.
싼허푸는 예나 다름없이 또 삶은 돼지머리고기 반근에다가 조양소주 석냥을 떠가지고 돌아왔다. 그러자 봉이 녀석은 감쪽같이 침대 밑으로 기어들었다.
“춘아.”
입술이 초들초들 마르고 등허리가 흠뻑 땀에 젖은 싼허푸는 스스로 술을 부어 마시면서 춘희를 불렀다.
“그래 오늘은 좀 어떠냐?”
“네, 어제보담은 나은 것 같아요.”
“그렇다. 이제는 점점 괜찮아지고 있는 게다. 너는 전에처럼 너무 허약하지도 않다. 그냥 소금물로 깨끗하게 씻고는 있냐?”
“네, 씻었어요.”
“바가지에 물이 그대로 있구나.”
“수건으로 좀 닦았을 뿐이에요.”
춘희는 대답하며 피곤한 듯이 하품을 지어보였다.
“전 지금 쉬고 싶어요.”
싼허푸는 엄지와 식지 사이에다가 아직도 술 한냥은 남은 주전자를 끼고 그 먹다 남은 삶은 돼지머리고기까지도 종이에 싸서 새끼손가락으로 함께 걷어쥔 채로 안방을 바라고 들어가더니 좀 있다가 다시 나와서는 고기를 싼 종이봉지만은 내려놓으며 한마디 했다.
“옜다. 너도 먹거라. 배가 고프지?”
춘희가 종이봉지를 펼쳐보니 썰어놓은 고기 모탈은 이미 세 개밖에 없다. 침대 밑에서 기어나온 봉이 녀석이 그냥 창문가를 바라보고 가려는 것을 춘희가 말렸다.
“얘, 이러와.”
“발각되면 어떡하지?”
“얘도, 우리 아저씨 벌써 코를 골고 있잖고 뭐니.”
춘희는 방긋이 웃으며 안방 문발을 살짝 젖혀 안이 환히 들여다보이게끔 만들어주었다.
“좀 있으면 또 잠꼬대까지 시작하는 것을 어째 잊었니.”
그러며 봉이 녀석의 품에로 안겨들었다. 그리고는 한마디 덧붙였다.
“더는 깨여나지 못할걸.”
봉이 녀석은 이런 말을 듣자 라자구등판의 어느 자그마한 시가지 여인숙에서 처음 춘희와 함께 지냈던 밤을 생각했다. 춘희는 불을 껐다. 어둠속에서 그들은 억세게 포옹하고 뜨겁게 키스하면서 전에 없이 부드럽고 달콤하게 마음껏 사랑을 나누었다.
안방에서 싼허푸는 짐작한 대로 잠꼬대를 시작하였다. 한번 몸을 뒤척이며 돌아누울 때마다 낡은 침대가 삐거덕거렸다.
“춘아.”
싼허푸는 춘희를 부르는 같았다.
“춘아, 네 지금 모양하고 꼭 같이 생긴 여자였어. 바로 너의 어미말이야.”
소년과 춘희는 갑자기 싼허푸가 깨어난 줄 알고 침대가에 서로 부둥켜안은 채로 꼼짝도 하지 못하고 숨소리를 죽인 채 앉아있었다.
“너의 어미는 송충잡이를 하고 있었든 게다. 그 기자묘 솔밭에 어찌 그리도 송충이 많이 끓던지? 사다리를 놓고 기어 올라가서 집게로 짚어낼 때 그 밑을 지나가며 왕서방하고 난 너의 어미 허벅지를 구경했단다. 아이고, 저렇게 죽여주는 년이 건달 중에서도 알짜건달인 최털보의 아낙네라니!”
싼허푸는 다시 돌아눕더니 마침내 쿵, 하고 침대에서 떨어졌다.
봉이 녀석과 춘희는 비로소 호, 하고 한숨을 내쉬며 마주 바라보았다. 돌연 춘희가 말하였다.
“또 너랑 같이 도망가고 싶어.”
봉이 녀석은 흠칫 놀라며 대답이 궁하여졌다.
“이제야 더 어디로 도망간단 말이니?”
“글쎄 모르겠어.”
춘희는 살래살래 머리를 저으며 빤히 봉이 녀석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아무데고 나하고 같이 도망가 줄거니?”
“싼장궤를 떠난단 말이니?”
“응.”
봉이 녀석은 더는 잠꼬대가 없는 안방문발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그것은 마치도 이때까지 벗어날 수 없었던 싼허푸의 손아귀에서 정녕 벗어날 수가 있겠는지를 가늠해보는 같았다. 나중에 그는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면서 혼자소리처럼 중얼거렸다.
“우린 더는 도망가지 못할 거야.”
그러자 이번에 흠칫 놀란 것은 춘희였다. 봉이 녀석의 손을 잡고있던 춘희의 손이 싸늘해지며 바르르 떨렸다.
“그럼 넌 나를 관계하지 않을 거니?”
“아니, 아니야. 오해하지 마.”
봉이 녀석은 황망히 머리를 가로 저어보였다.
“너를 위해서라면 나는 아무데고 같이 갈 수가 있어.”
그렇지만 이렇게 말하는 봉이 녀석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너, 만약 믿지 못하겠으면 아주 오늘 밤에 보자꾸나.”
“진짜 같이 도망가 줄 거니?”
“응. 싼가가 잠든 뒤에 살그머니 떠나자꾸나. 내가 와서 신호할게.”
“어떻게?”
“소쩍새 우는소리를 내면 어떨까?”
“소쩍새?”
“소쩍새!”
“소쩍, 솟-소쩍……호호!”


12


바로 이날 춘희는 한 고약한 일본군소대장에게서 얼려 낸 ‘왕수’를 감춰두고 아무 때나 봉이 녀석과 함께 떠나는 날에 싼허푸의 술 주전자 속에 몰래 쏟아 넣을 생각이었다.
그 소대장은 싼허푸와 달라 그 보복을 춘희에게 하려고 들었던 것이다. 짓거리를 마친 뒤에 여자의 사타구니 속에다가 몰래 ‘왕수’를 묻혀놓으려고 하다가 발각되었다. 그렇지만 소대장과 싸울 수는 없었다. 그때 마침 싼허푸가 수상한 사람으로 보고 있는 그녀의 단골손이 달려와 술 취한 소대장을 잘 구슬려서 돌려보냈기 때문에 춘희는 무사할 수가 있었다.
그 이튿날 저녁 한차례의 토벌에서 이기고 돌아온 한 소대장을 맞아들인 춘희는 너무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 술에 취한 소대장은 춘희의 앞에서 손가락으로 권총 모양을 만들어가지고 사람을 쏘는 동작을 해 보였는데 제법 그럴 듯하였다. 처음에 춘희는 그냥 어리둥절해서 그 소대장의 얼굴만 쳐다보았다. 그러자 이번에 소대장은 다시 두 손으로 칼을 잡고 사람의 목을 자르는 모양을 해 보였는데 그것은 몸서리를 돋우는 동작이었다.
그 소대장이 소속되었던 토벌대는 얼마 전에 화룡서쪽의 ‘한총구’라고 부르는 깊은 수림 속에서 그 내력을 잘 알길 없는 무장부대 16명을 사살하였던 것이다. 이것을 알아낸 춘희는 이 비밀을 자기의 단골선생에게 알려주고 어느 날 그로부터 속신받을 일을 생각하며 달콤하게 웃었다.
춘희는 단골선생에게서 받은 부탁대로 갖은 방법을 다 대여 일본군 소대장을 꼬드겼다. 그 일본군 소대장의 입에서는 단골선생이 알고 싶어 하는 갖은 비밀들이 새어나왔다.
춘희는 일본군소대장을 보내고 나서 곧 단골선생을 맞아들였다. 그들 둘은 이불 속에서 쉴 새 없이 소곤거렸다. 춘희는 무시로 싼허푸와 봉이 녀석, 그리고 단골선생을 한데 비교해보곤 하였다. 이날 이른 새벽까지 단골선생은 다시 한번 춘희에게 어떤 일이 있더라도 꼭 속신해주마고 굳게 약속했다.
“언제 또 오실 건가요? 선생님?”
춘희는 새벽 달빛에 비친 단골선생의 푸르스름한 그림자를 바래며 떨리는 목소리로 한마디 물었다.
“아니, 꼭 속신해준다고 했잖아.”
이렇게 대답하는 단골선생의 언투는 어딘가 신경질적이었다.
“네, 전 선생님을 믿어요.”
춘희가 말하였다.
“그렇지만 전 선생님을 기다리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그러는 거예요.”
이렇게 말하는 그녀는 스스로 자기에 대하여 매우 이상하게 여겼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단골선생을 도와준 일을 자랑으로 느꼈다. 그녀의 눈길은 새벽 달빛 속에 사라져가는 그 선생의 뒷모습을 한참 따라갔다. 그녀의 얼굴에 차차 서글픈 빛이 어리였다.
“깍쟁이 같은 녀석이 어떻게 너를 속신해준다고 그러냐? 내놓는 돈이 고작 5원뿐이구나.”
“그는 다시는 와주지 않을 거예요.”
춘희는 갑자기 눈물이 글썽해서 말하였다.
“그 녀석 때문에 나는 오늘 지쳤다.”
싼허푸는 돈을 쑤셔 넣으며 투덜거렸다. 그러고 나서 긴 하품 끝에,
“아침밥은 아무래도 네가 지어야겠다.”
이렇게 내뱉으며 침대에 올라가서 허리를 꼬부리고 드러누웠다. 이날 싼허푸는 다른 때에 비하여 잠꼬대 한마디도 없이 통잠에 들었다. 그렇지만 춘희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냥 침대가에 반쯤 걸터앉아 깊은 사색에 잠겼다. 그 싼허푸를 바라보는 춘희의 두 눈은 부엉이 눈처럼 동그랗고 밝디 밝았다. 그녀의 손에는 어느덧 ‘왕수’병이 꼭 쥐여져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가슴 위에 모여잡고 온힘을 다하여 마음속으로 부르짖었다.
“난 도망칠 테야!”
춘희는 싼허푸의 석냥짜리 술주전자에다가 술 한 냥만 사서 넣고 그 나머지의 두냥은 왕수로 채워 넣으며 두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렇지만 그녀의 얼굴빛은 여느 때 없이 태연하였다. 이때 창밖에서는 갑자기 큰비가 쏟아질 모양으로 크고 검은 구름장이 끝없이 하늘을 흘러가고 있었다. 그 구름장 속으로 가끔 숨바꼭질하던 달이 아주 사라져 버린 뒤의 순간적인 고요 속에서 소쩍새의 울음소리가 처량하게 몇 번 들려왔다.
싼허푸는 요즘 접어들면서 술냄새만 좀 맡아도 취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춘희는 절대로 발각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나머지 ‘왕수’를 소셋물에 몽땅 부어넣고 그 곁에다는 또 세숫수건까지 새것으로 비누와 함께 놓아두고 살그머니 밖으로 나왔다. 봉이 녀석이 진작부터 와서 기다리고 있은 모양으로 춘희가 나오기 바쁘게 그녀를 끌어안으며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얘, 춘희. 난 너를 아까부터 기다리고 있었어.”
그러자 춘희도 그 파리하던 얼굴에 행복의 꽃물결을 어리며 소년의 앞에 바싹 다가붙어 서서 속삭였다.
“지금 도망가면 누구도 쫓아오는 사람은 없을 거야.”
“그렇지만 우린 어데도 갈 데가 없어. 잘 생각해봐라. 다시 나자구에 가겠니? 아니면 그 산골짜기에 다시 갈 것이니?”
봉이 녀석이 이렇게 나오는 바람에 춘희는 갑자기 어리벙벙해졌다. 그녀는 온몸에 뻗쳤던 맥이 단번에 풀려나가서 그 자리에 막 주저앉고 싶었다. 그녀가 넘어지려고 휘청하는 것을 봉이 녀석이 급히 부축하고 그들 둘은 처마 밑에 가서 앉았다.
“내년쯤에 우리 주인나리께서는 나를 장가보내 준다고 약속했어. 그때 나는 너한테 보내달라고 청을 드려볼 테다.”
춘희는 그 말에 조금 힘을 얻었다. 그렇지만 이미 싼허푸의 술주전자 속에 왕수를 부어넣고 나온 그녀는 내년까지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었다. 봉이 녀석은 고개를 숙인 채 상심하여 서있는 춘희를 한참 지켜보더니 이것저것 물었다.
“너의 단골선생은 간밤에도 또 왔다갔댔지? 그분이 속신해준다던 일은 어찌 됐니? 희망있니? 난 그래도 우리 주인나리를 믿고 싶단다. 너도 마찬가지야. 그 단골선생이 언제 또다시 오겠다던?”
춘희는 봉이 녀석의 이런 무의미한 말을 듣고 있을 경황이 못되어 생각나는 대로 아무렇게나 한마디 대꾸했다.
“누구도 나를 속신해주지는 않을 거야!”
이때 날은 푸름푸름 밝아왔다. 춘희는 벌써 두 번째 이런 말을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경황에 질려 허둥지둥 떠나가던 단골선생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올라있었다.
“얘, 그 선생은?”
“흐흑, 바로 그분 말이야.”
춘희는 문득 제정신이 들며 봉이 녀석의 얼굴을 쳐다보더니 흐느꼈다.
“어딘가 멀리에 떠나버린 같아.”
“넌 그와 무슨 약속을 했던 것이지?”
춘희는 봉이 녀석의 어딘가 책망 아니면 시샘에 가까운 질문을 받게 되자 기쁘기도 하고 분하기도 하여 별로 깊은 생각 없이 머리를 끄떡여버렸다.
“응, 그랬어. 어째?”
이어서 봉이 녀석은 춘희가 말하는 그 약속이라는 것의 내용을 듣고 나자 한번 싼허푸가 자고 있는 방쪽을 일별하고 나더니 입가에 한 가닥 미소를 띠웠다.
“넌 속신받을 수가 있을 거야. 그렇지만 단골선생은 아니고 우리 최 회장께서 구원해줄 수가 있을 것이야. 넌 도망칠 생각을 하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봐.”
그러는 봉이 녀석을 춘희는 다시 돌아보지 않았다. 부랴부랴 방으로 되들어온 춘희는 왕수를 넣은 술주전자를 밖에 내다던졌다. 그리고 바가지에 떠다두었던 왕수를 탄 소세물로 쏟아버렸다. 그리고 다시 침대가에 주저앉아서 안방문발을 찢어져라 쏘아보는 그녀의 마음속에서는 원한이 부글거렸고 같이 도망쳐주지 않는 봉이 녀석에 대한 야속한 마음으로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아침해가 높이 떠오르자 뭇새들이 즐겁게 지저귀였다. 싼허푸는 눈을 뜨고 밖을 나오더니 춘희를 일별하며 기지개를 한껏 펴고 물었다.
“조반은 지었느냐?”
싼허푸는 춘희가 한잠도 자지 않은 채로 침대가에 앉아 있은 것을 보자 두말없이 마당에 나가서 풍로를 피웠다.
춘희는 한마디의 불평 없이 모든 원한과 분노를 잊으며 다시 자기의 숙명으로 되돌아오고 있었다. 그녀는 경대 앞에 마주앉아 화장을 한다는 것이 그만 졸음이 몰려들어 얼굴에 연지와 곤지를 찍은 채로 어쩔 수 없이 침대 위에 몸을 던지기 바쁘게 사르르 잠들었다.
‘넌 속신 받을 수가 있을 거야!’ 봉이 녀석이 하던 말이 귓전에 들려왔다.
춘희는 꿈속에서 미소를 지으며 행복하게 웃었지만 이는 다 부질 없는 일이었다. 그녀는 결코 잠꼬대 한마디도 없었지만 내처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갖은 꿈속에서 다 모대기고 있다가 누가 그녀의 몸에서 이불을 홱 벗겨내는 바람에 놀라서 깨어났다. 마침 싼허푸는 풍로 앞에 쪼그리고 앉아있었다. 그때 그의 눈에 비껴든 것이 그 일본군소대장이었다. 파를 썰던 채도를 하나뿐인 왼손에 꼬나든 채로 싼허푸는 후닥닥 달려가서 춘희가 자고 있는 방 앞을 가로막으며 따지고 들었다.
“여기가 어데라고 함부로 기척도 없이 문을 차고 들어온단 말이요?”
싼허푸는 무슨 정신에선지 눈 한번 깜빡하지 않은 채로 그 소대장에게 떡떡 대들었다.
“우리 애가 어떤 애라고 당신들이 함부로 이렇게 괄시한단 말이요? 우리 애는 모르는 사람이 없소. 가서 최 회장님께 물어보시오. 우리 애는 회장님께서 직접 봐주시는 애란 말이요. 못 들어갑니다.”
그렇지만 일본군소대장이 누구를 무서워할 까닭이 없었다. 싼허푸가 손에 든 채도를 내려다보던 일본군소대장이 꽥 소리를 지르면서 채도보다 열 뼘은 더 긴 칼을 휘둘렀다. 그 바람에 하나뿐인 싼허푸의 왼 손목이 또 뭉텅 끊어지고 말았다.
춘희는 일본군소대장이 데리고 온 한 무리의 군경들에게 끌려나왔다. 그녀가 문설주를 붙잡고 울며 싼허푸를 부르자 군경들이 달려들어 그녀가 입은 옷을 마구 찢어놓았다. 이때 마당바깥은 구경하려고 몰려든 사람들로 인성을 이루었다. 벌벌 기어 나온 싼허푸는 피 흐르는 손목을 어찌 지혈시킬 방법이 없어 옷섶에 대고 꾹 누른 채로 연신 고함을 질렀다.
“너희들은 요귀다!”
싼허푸는 입에 잔뜩 물린 거품을 내뱉으며 또 구경꾼들에게도 소리쳤다.
“너희들은 뭘 보느냐? 그래 아침 일찍부터 일전 한 푼 내지 않고 우리 애의 엉덩이랑 공짜로 훔쳐본단 말이냐? 이건 불합리하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마치고났을 때 M선생의 두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이야기는 진짜 끝나버렸다. 우리 모두가 일시에 가슴을 휩싸 무서
워서 견딜 수 없을 만큼 옥죄여드는 허무감 속에 사로잡혀 있었다. 누구도 그 뒤에 더 어찌되었는가 하고 묻지 못하였다. 물론 알고 싶은 마음들은 가득했지만 말이다. M선생은 가까스로 띄엄띄엄 한마디씩 해 나갔다.
그 후 어찌되었느냐고요? ‘꼬리’계집애 춘희는 머리를 푹 떨어뜨리고 흘러내린 머리칼로 얼굴을 가리였으나 온몸에 입은 옷이 다 찢어진 탓으로 아랫도리가 그대로 째듯이 드러나 치부를 그 무엇으로도 가로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녀는 운수 사납게도 두 팔마저 꽁꽁 묶였기 때문에 자못 수치스럽고 분했지요.
그 일본군소대장의 칼에 찍혀 땅바닥에 쓰러진 싼허푸는 마른 장작개비 같은 몸집을 푸들푸들 떨고 있었습니다. 그는 구경꾼들이 둘러보는 데서 낡은 풀무처럼 풀떡풀떡 모두숨을 몇 번 몰아쉬고 나더니 곧 죽어버리고 말았답니다.
그런데 이때 춘희는 군경들에게 끌려 차에 실려지는 순간에, 문득 머리를 들고 한번 뒤를 돌아보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물론이고 그 구경꾼들 속에 섞여 있었던 나는 한 가지의 사건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원한과 분노에 질린 눈길은 근처 전봇대가 서있는 어둑시그레한 곳에서 새파랗게 질려 울먹울먹하고 있었던 봉이 녀석을 발견한 것이었습니다. 봉이 녀석은 입술을 떨며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추, 춘아, 난 너를 해치자고 고발했던 것은 아니야.”
그 봉이 녀석이 울고 있던 것은 가능하게 후회 아니면 자책 때문이였을지도 모르지요.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나처럼 그렇게 여기지 않습니다. 그 녀석은 가능하게 거류민회의 최윤주란 자가 장가까지 보내주겠다니 보다 잘 보이기 위해서 춘희와 그 단골선생과의 관계를 고발했다는 것입니다.
그 좋은 증거는 봉이 녀석을 바라보고 있던 춘희가 문득 그쪽에 대고 침을 탁 뱉으며 머리를 홱 돌려버린 데 있습니다. 그쪽에서 울려오는 비겁하고 고독스러운 소년의 울음을 관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다음 순간에 눈을 뜨고 죽은 싼허푸가 땅바닥에 누워 그냥 그녀를 지켜보고 있는 것에 춘희는 또 한번 놀랐지만 나를 비롯한 구경꾼들은 그녀가 애써 태연해지며 방긋이 웃어보이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그것이야말로 26~27년간의 그녀 일생에서 종래로 있어본 적이 없는 아름다운 미소였습니다.
그때로부터 나는 더는 춘희의 소식을 조금도 듣지 못하였습니다. 그녀가 어찌되었는지 아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 눈물과 함께 어렸던 한 기생의 아름다운 미소만이 오래도록 나의 머릿속에 남아있을 따름입니다...
김애단   - 2014/08/01 02:03:33  
너무 눈물겨운 이야기네요. 눈물없이 읽을수 없는 선생님의 이 소설을 읽고 가련한 만주기생 춘희의 슬픈 모습이 눈앞에서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불쌍한 춘희는 후에 어떻게 되였나요? 너무 마음아프네요.
연변독자   - 2014/08/01 05:40:43  
청설작가님은 정말 대단한 작가님이라는 생각을 금할수없습니다.
이 소설은 제가 연변일중에 다닐때 도라지잡지에서 읽었던 소설이였던것같습니다.
그때 소설의 제목은 <<한 기생의 비참한 이야기>>였던것으로 기억합니다.
오늘 다시 읽으니 감개무량합니다.
존경합니다.
연변독자   - 2014/08/01 05:42:21  
싼허푸가 감자에 기름을 발라 전병을 굽는 장면이 어쩌면 이리도 생동한지? 눈앞에 보는것같습니다. 왕청 라자구에서 마적들에게 토벌당하던 백성들의 처참한 모습들도 영화처럼 생동합니다.
장석준   - 2014/08/01 05:46:23  
대하소설로도 만들어볼만한 이야기 아닌가 생각합니다.
주인공 춘희(만주 기생)가 겪어온 인생 여정이 참으로 여러가지면에서 특색이 있습니다.
춘희가 항일근거지에서 겪었던 이야기들은 마침 민생단사건을 배경으로 하여서
더욱 흥미를 더하고 있는 것 같구요. 간도 당시의 백미 가격이라던가
또는 간도 연길시의 거리 이름들 그외에도 간도 거류민회 회장이였던 실재의 인물 최윤주의
등장까지 함께 하여 더욱 현장감을 돋우는 멋진 작품이 되였다고 봅니다.
지난 세기 1930년대 북간도의 이주민들이 살아가던 한 모습도 엿볼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대단한 작품입니다.
현영   - 2014/08/01 06:35:22  
춘희 넘 슬퍼요 ㅠㅠ
박철수   - 2014/08/01 23:31:15  
소설 정말 감동적으로 읽었습니다.
춘희의 운명이 우리 조선족이 겪어온 운명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제가 너무 비약하는것이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던 춘희라는 한 기생이 겪은 인생려정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짱꼴라 싼허푸에게 잡혀 일본인들에게 당하고
항일근거지에서도 당하고 연길에 와서도 당하는 수난이 눈뜨고 볼수가 없습니다.
박민규   - 2014/08/02 00:48:15  
저도 동감입니다.
춘희의 운명을 조선족의 운명이라고 보면 틀림이 없을것 같습니다.
아주 의미가 깊고 무거운 소설입니다.
독고민수   - 2014/08/05 23:04:43  
저도 박철수님의 견해에 동감을 표시합니다.
소설과 수필이 주는 감동의 무게가 이렇게 다르다는것도 이번에 실감나게 느낍니다.
소설의 의미가 정말 깊고도 무겁군요.
충격이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네요.
해외독자   - 2014/08/21 00:36:25  
정말 대단한 작품인데요. 지난 섹 1930년대 간도에서 지냈던 우리 민족의 아픈 상처가 영화처럼 생생하게 눈앞에 펼쳐지는것 같습니다. 그 시대에 살아보았던 작가님도 아니신데 어덯게 그렇게나 생생하게 그때의 일을 소설로 써낼수 있는지 너무 궁금합니다.
최련화   - 2014/08/26 15:01:29  
소설 너무 좋네요. 평론을 꼭 써보고싶은 소설이랍니다.
그런데 정말 문재가 딸리네요 ^^
박금   - 2017/02/20 13:23:06  
춘희의 인생이 참 처참하게 느껴집니다~~한편의 영화를 보듯이 (생동하게 눈앞에 그려지면서)감명깊게 잘 읽었습니다 ...
尹琪文   - 2019/12/07 14:55:38  
싼허푸로 수전노의 탐욕성과 권세에 빌붙고 약자에는 악독한 더러운 금전지상주의 사상을 보여주었고 봉이의 사랑으로 머리가 있어도 없으니만 못하고 원초적인 인간본능으로 살아가는 아둔함을, 그리고 돈을 들고 줄을 서 있는 사람들로 선함이라고 는 쥐꼬리도 없이 다른 사람이 한다고 덩달아 따라하는 인간들의 우매함, 그리고 조그마한 벼슬도 특권으로 누리고 이용하는 인간의 사악함까지 보여주셨습니다.
춘희로는 매춘이 죽기만큼 싫지만 이미 영혼마저 싼허푸에 억매여서 그를 떠나는것이 죽음보다 더 두렵다는 极度胆怯心理로 현실에 순종하고 변화를 두려워하는 인간의 관성과 습관으로 대하는 인생태로를 엿보는것 같습니다.
이리저리 치이고 간신히 허덕이며 실오라기 같은 희망으로 견도온 200년 조선족여사중 처참했던 북간도의 세월을 엿보는것 같습니다.
작가님~참으로 대단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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